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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Gear)' 이야기수필/신작 2017. 4. 5. 05:16
‘기어(Gear)’ 이야기
윤근택(수필가)
하여간, 우리네 살이가 예전에 비해 월등히 나아졌다. 쓸 만한 물건들을 잘도 버려대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오늘 낮에만 해도 그랬다. 어느 아파트 ‘전기·영선(營繕)’을 맡고 있는 나는, 경비 아저씨들을 도와서, 자전거 보관소에 수년째 방치된 폐자전거들을 고물업자의 화물차에 실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가운데에서 녹이 덜 슬고, 두 개의 타이어가 제법 멀쩡한 자전거 한 대를 취할 수 있었다. 두 타이어가 펑크는 났으되, 중학교 시절 손수 수리해서 등하굣길에 타고 다녔던 그 자전거보다 나은 듯하였다. 특히, 여러 겹의 ‘변속 기어’가 달린 점이 맘에 들었다. 물론, 곧 기름치고 광(光) 내고 펑크 때우고 등을 하면 멀쩡한 자전거로 재탄생하겠거니.
다시 이 아파트에도 밤은 여지없이 찾아들고, 나는 야간 정위치인 전기실 책상맡에 앉아 있다. 아니, ‘데스크 탑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수필작가의 온전한 시간이다.
문득, ‘Gear’와 관련된 추억을 더듬게 된다.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단어를 색달리 외웠던 기억. 그 가운데에는 ‘-ear’로 된 어휘 모음도 있었다. bear는 곰, dear는 친애하는, ear는 귀, fear는 두려운, gear는 기어, hear는 듣다, lear는 학문, near는 근처, pear는 배[梨], rear는 뒤의, sear는 시든,tear는 눈물,Vear는 노르웨이 어느 골짜기, wear는 옷, year는 해[年]. 하여간, 이들 낱말은 하나같이 ‘귀(-ear)’를 지니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gear’는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는 것을. ‘기어’ 혹은 ‘기아’로, 발음되는 대로 일상용어화 되었다는 것을. 사실 ‘톱니바퀴’로 부르기도 했으나... . 심지어, 지금은 ‘KIA’로 그 로고가 바뀌었으나, 자동차 생산업체의 고유명사였던 ‘起亞’조차도 ‘gear’와 관련해서 너무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최초 명명자는, ‘아시아[亞]에서 (우뚝) 일어서라[起].’ 기원을 담았던 건 아닐까 하고서. 나아가서, 발음상으로는 기계의 총칭이기도 한 ‘기어’ 혹은 ‘기아’가 되니, 너무도 절묘한 이름이라고 느끼곤 하였다. 악담 같지만, 그랬던 ‘기아 자동차’가 도산하였으니, 그 직원들이 결국은 ‘기아(棄兒)’ 내지 ‘기아(飢餓)’가 되긴 하였지만... .
다시 기계장치의 총칭인 ‘gear’에 몰입한다. ‘gear’는 철자에서 보여주듯 도드라진 ‘귀(ear)’를 지녔다. 그 도드라진 귀가 바로 촘촘한 돌기(突起) 즉 톱니라는 사실. 문헌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 아르키메데스, 헤론 등이 인류 최초로 기어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니 역사가 꽤 깊다. 기어의 시원(始原)은 두 개의 원통이다. 그 두 개의 원통을 맞물려 서로 반대방향으로 돌게 하는 데서 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잠시, ‘네이버 두산백과’는 어떻게 적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다시 이야기하지만, 나는 최근 들어 ‘꼴라주(collage) 형태의 수필'을 자주 쓰는데, 이 글도 그러한 형태를 취하고자 한다.
< 2개 또는 그 이상의 축 사이에 회전이나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 본래 기어의 뜻은 기어를 사용한 전동장치(傳動裝置)의 총칭이다. 여러 축에 회전이나 동력을 전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두 축에 원판을 부착하여 이것을 서로 접촉시키면 된다. 하지만 이때에도 회전수를 증가시키거나 접촉압력이 작으면 미끄럼이 생겨서 전달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양쪽 바퀴 주변에 같은 간격으로 돌기를 만들어 그 하나하나가 서로 물리도록 하면 회전수가 증가하여도 미끄럼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것이 기어이다. 이것은 동력이나 회전의 전달이 확실하며, 정확한 각속도비(角速度比)로 전달할 수 있고, 구조도 비교적 간단하며, 동력손실도 적고 수명도 긴 장점이 있어 기계구조에 널리 쓰인다.
기어는 시계에 쓰이는 지름 1.5mm 정도의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은 선박용 감속장치 등에 사용되는 수 m에 달하는 것까지도 있으며, 공작기계·차량 등을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기계에 이용된다. 기어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인물인 아르키메데스, 아리스토텔레스, 헤론 등도 기어를 만들어 기계에 응용하였다. 또, 물시계 따위에서도 운동을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러나 기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부터이다. 이때 비로소 수차(水車)를 이용한 제분소나 시계의 제작이 본격화됨에 따라 성능이 좋은 기어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기어의 치형(齒形)은 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을 이용한 사이클로이드 치형과 원에 감은 실을 팽팽한 상태로 풀 때 실 끝이 그리는 궤적(軌跡)인 인벌류트(involute) 곡선을 이용한 인벌류트 치형이 있다. 치형의 연구는 많은 수학자들에 의해, 최초에는 사이클로이드기어와 핀기어에 관하여 연구되었으나, 18세기 말 수학자 L.오일러가 인벌류트기어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19세기 중엽 이래 창성(創成) 기어 절삭법이 실용화된 후부터 이것이 기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사이클로이드기어나 핀기어는 시계 등의 정밀기계에만 사용하게 되었다. 사이클로이드기어는 회전이 원활하고 마모(磨耗)가 적다는 등의 장점이 있으나 공작이 복잡하다. 기어는 롤링 접촉을 하는 마찰차(摩擦車)의 외주(外周)에 따라 치형을 만들고 있는데, 이 외주에 상당하는 원을 기어에서는 피치원(pitch circle)이라 한다. 피치원 위치에서 서로 인접한 치형의 같은 점 사이의 거리를 원주 피치라 한다. >
이상은 [네이버 지식백과] 기어 [gear] (두산백과)에서 따옴.
어찌 되었든, ‘기어’도 나사, 실리콘, 타이어 등과 더불어 인류를 윤택하게 한 고안품이 아닐 수 없다. 서로 톱니가 맞물려 한 치 오차 없이 돌아가는 기어. 이 기어의 도움은 어지간하다. 내가 오늘 낮 폐자건거 보관소에서 취한 자전거도 예외는 아니다. 발판 - 기어 - 체인 - 기어로 동력이 전달되어 내가 원하는 곳까지 나아가게 할 것이다. 7개 동(棟) 아파트 구석구석을 쌩쌩 달려갈 수 있게 될 터이니... . 어디 그뿐인가. 내일 아침이면, 맞교대자한테 업무인수인계를 하고 승용차를 몰고 ‘고고씽씽’할 텐데, 내 승용차도 무수한 기어의 조합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소위, ‘오토 트랜스미션’으로 되어 있는 나의 승용차. 적절하게 변속하여 그렇게 40여분 달려갈 터이니... .
기어한테도 감사해할 따름이다. 회전 속도는 원통 지름에 반비례한다는 점, 많은 수학자들의 연구 끝에 만들어졌다는 점, 앞으로도 여러 유형으로 발전하리라는 점 등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균제(均齊)롭고 균형있는 톱니 낱낱의 몫을 높이 사지 않을 수가 없다. 그 톱니 하나하나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에 더욱 유의한다. 오히려 제 잘난 듯이 삐쳐 나오거나, 나 하나쯤이야 하며 책무를 저버리고 부러져 버리는 게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세상사 모두가 ‘기어의 물림’과도 같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인 것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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