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생을 바꾼 사물들
    수필/신작 2018. 4. 1. 00:24

     

     

                                          인생을 바꾼 사물들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이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각각 바꾼 사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도끼·가래떡·개구리·접시·지게작대기 등.

     

       1. 도끼

     

       때는 당나라 때. 그는 서역(西域)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이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다. 살림살이가 비교적 풍요로워, 그다지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어린 그를, 빼어난 글 스승한테로 보내게 된다. 산속에 자리한 글 스승 댁. 어느 날, 어린 그는 고향집이 그립고 공부도 하기 싫어지자, 스승한테 보고(報告)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하산(下山)하고 만다.

       그가 냇가에 이르자, 할머니가 도끼를 돌에다 갈고[硏磨] 있었다. 꼬맹이가 여쭈게 된다.

       “할머니, 지금 무엇 하세요?”

       할머니가 태연히 답했다.

       “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려고.”

       그는 그게 과연 가능하냐고 다시 여쭈게 된다.

       “그럼. 쉬지 않고 계속 갈면 바늘이 되고 말고. ”

       그는 그길로 도로 스승한테로 돌아갔다. 그가 바로 당나라 시선(詩仙) 이백(李白)이다. 그는 시를 지을 때에도 늘 그 도끼를 떠올리곤 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마부작침(磨斧作針)’. 이백을 두고 시선(詩仙)’이라고 하는데, 그 냇가에 앉았던 할머니는 신선(神仙)’이었던 셈.

     

       2. 가래떡

     

       조선 선조 때. 그에게는, 요직은 아니었더라도 지방 관리를 역임한 조부와 부친이 계셨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가 3살이 되던 해 부친이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해서, 조부 슬하에서 공부하며 자라게 된다. 그런데 조부마저도 그가 15세 되던 해 세상을 뜨고 만다.

       가난했으되, 교육열이 강했던 그의 어머니는 아이를 절간에 맡겨 공부토록 한다. 그러기를 수년째. 어느 날 그는 고향집에 몰래 오게 된다. 그 꼬맹이가 하는 말이 같잖았다.

       “어머니, 더 배울 게 없어서 내려 왔어요.”

        그 어머니인들 아이가 왜 보고 싶지 않았을까만... .

       “방에 들어와서 얼른 호롱불을 끄거라.”

       아이는 좋아라하며 어머니 품에서 잠들 생각을 했겠지만.

       “이 에미랑 내기를 해보자. 나는 가래떡을 썰 테니, 너는 붓글씨를 써 보거라.”

    다시 방안에는 호롱불이 켜지고...... 그의 어머니가 썬 가래떡은 가지런하기만 하고, 자기가 적은 글씨는 빼뚤빼뚤. 그는 크게 깨닫고 다시 절간으로 올라갔다. 그가 바로 한석봉.

     

       3. 개구리

     

       사실 나는 멋모르던 문단데뷔 초기에 두 권의 수필집을 연거푸 낸 적이 있다. 그 두 번째 수필집, <이슬아지>의 맨 앞부분에 화투라는 수필을 실은 바 있다. 화투는 총 13편의 연작수필로 되어 있다. 화투장 가운데 12월 광()에 그려진 우산 쓴 영감이 실존했던 일본의 선사(禪師)이며, 그가 득도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적고 있다. 나는, 꽃피고 새우는 산속에서 온갖 유혹 참아내며 득도해나가는 그 선사를 떠올렸다. 내가 누군가가 버려둔 농막(農幕)에서 정확히 24개월 지내면서, 12개월의 화투장 그림에 내 생활을 대입해본 글이었다. 사실 그 글은 많은 애독자들과 문학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한데 그 우산 쓴 영감이 선사가 아닌 오노노도후[小野道風, 894~966)’라는 서예가였음을 이 글을 적기 직전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서예가도 도()의 경지로 따져 선사와 크게 다를 바 없으니, 내 두 번째 수필집 내용은 그대로 유효하다.

       사건인즉 이러하다. ‘오노노도후는 공부에 실패하자 하산하는 길이었다. 일본은 아열대성 기후라서 12월에도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한다. 그는 비가 내리자 우산을 쓰고 하산하고 있었다. 그는 웅덩이 앞에서 발을 잠시 멈춘다. 개구리가 버들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따먹으려고 거듭거듭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저 미물(微物)도 실패에 굴하지 않거든, 하물며 인간인 내가... .”

    그는 다시 산으로 올라갔고, 공부에 정진하였다.

     

      

      4. 접시

     

     

       아주 먼 옛날, 기원전 320년경 인도에는 어떤사내가 있었다. 그는 마가다 난다왕조의 난다왕자와 후궁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로도 알려져 있다. 왕궁에서 어떤 연유로 궁궐 밖으로 쫓겨난다. 그는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가 공작새를 조련하는 이한테서 길러진다. 그러다가 영리한 힌두 사제 카우틸리아를 만난다. 카우틸리아는 왕놀이를 하는 그의 비범함을 보고, 진짜 왕이 되는 비결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는 보병 60, 기병 3, 코끼리 9천 마리로 변방부터 공격해 들어가 왕궁을 뺏는다. 그는 인도 역사상 첫 통일국가 마우리아제국, ‘공작제국을 세워 광대한 영토를 확보한다.

       그는 전쟁터에서, 어릴 적 어머니의 충고를 떠올린 덕분이다.

     

       “얘야, 접시 중앙의 음식은 뜨거워 입을 델 수 있으니, 음식이 식어가는 가장자리부터 떠먹으렴.”

       그가 바로 찬드라굽타. 사실 위 단락은 나의 수필, ‘찬드라굽타의 발에서 인용하였다.

       중심이 아닌 변방(邊方)부터 공격해 들어간 그의 전법(戰法). 그 전법은 인류의 위대한 10대 전법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덤으로, 찬드라굽타의 손자 아소카는 불교를 중국, 한국, 스리랑카 등지에 전파하는 등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을 내 신실한 애독자들과 정보 공유하고자 한다.

     

       5. 지게작대기

     

       그는 행운아다. 시골 가난한 농부 부부의 열 남매 자녀들 가운데 아홉 번째로 태어났으나, 4년제 대학에 유일하게 보내진 이다. 그는 겨울방학을 맞아 고향집에 가게 된다. 무지렁이인 그의 부친은 사랑채 툇마루에 걸터앉아 아들한테 자랑했다.

       “야야, 저 고샅 담벼락에 기대 세워둔 지게작대들을 한번 보거래이. 이 애비가 지난 삼동(三冬)에 지고 온 나뭇짐 숫자와 똑 같대이.”

       그의 부친은 여느 농부들과 달리, 집을 나설 때 지게작대기를 지니지 않았다. 지게작대기의 본디 몫은 지게를 괴기만 하면 되는 거. 그의 부친은 나뭇짐을 지고 올 적에도 두 손마저 놀릴 수 없다며 새로 지게작대를, 그것도 굵은 통나무를 끌고 오곤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 지게작대기 더미를 보던 그는 내심 부끄러워하며 이내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취직영어책을 파고 지냈다. 영어단어를 악을 쓰며 외우며 지냈다. 덕분에, 후일 그는 국영기업체 공개채용에, 300 1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가 도대체 누구? 그는 현존하는 대한민국 수필작가들 가운데에서 빼어난 수필가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는 대학입학시험 원서 취미란에다 문학작품창작(수필)’이라고 적고, 일찌감치 자기가 갈 길을 아주 구체적으로 정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대한민국 수필사(隨筆史)에서 보기 드물게 30대 초반에 문단에 데뷔한 이, 그는 종이책 분량으로 따져 20~30권도 넘을 수필작품을 적은 이, 그의 부친이 지게작대기를 모으듯 수필작품을 적어 모으는 이. 그가 바로 이 글을 적는 나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달'의 비밀  (0) 2018.04.13
    '언저리' 예찬  (0) 2018.04.07
    '가르마'를 타며  (0) 2018.03.26
    속죄하며 산 이들  (0) 2018.03.20
    '유머'에 관해  (0) 2018.03.1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