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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각형, 그 신비스러움
    수필/신작 2019. 1. 20. 12:36


                                                  육각형

    , 그 신비스러움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이 한겨울, 고지전정톱(高枝剪定)으로 감나무를 전정하다가 감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벌집 하나를 떼어낸다. 벌집은 배구공 크기 만하다. 사실 나는 벌을 많이 타기에, 벌에 쏘여 호흡곤란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 인공호흡기를 단 적도 있다. 하지만, 이 겨울에는 녀석들이 다들 어디로 날아갔는지, 땅에 떨어진 빈 벌집에서는 벌이 윙윙대지 않는다. 다행이다. 대신, 벌집을 내려다보다가 또 글감을 낚아챘으니... .

     

          참으로, 신통방통한 일. 이 지구상에서 새들만치나 집을 잘 짓는 생명체가 바로 벌들이다. 새들의 건축술은 대단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 있다. 오죽했으면 프랑스 사람들은, “새 둥지 만드는 일 빼고는 인간이 못 할 일은 없다.”고까지 하겠는가. 마찬가지로, 벌들의 건축술도 새들의 그것 못지않다. 벌집은 언제고 육각주(六角柱)’라는 거. 이를 두고 벌집 구조(honey-comb)’라 하는데, ‘공학에서,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지탱하기 위한 육각형 기둥 모양의 빈 공간으로 이루어진 격자 구조를 일컫는다.

     

          벌들의 육각형 집에는 자연의 신비로운 법칙인 피보나치수열과 같은, 놀라운 섭리가 들어있다는 거 아닌가. 위에서 이미 소개한 사항 외에도, 육각형 기둥은 가장 균형 있게 힘을 배분하는 안정적인 구조이기도 하다는 거. 정육각형 모양의 구조물은 평면에 서로 붙여놓았을 때 변이 서로 맞닿아 있어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삼각형, 정사각형도 틈이 생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삼각형의 경우 벽면을 이루는 재료가 많이 필요하고 공간도 좁다. 또 정사각형은 외부의 힘이나 충격이 분산되지 않아 쉽게 비틀리거나 찌그러져 변형되기 쉽다. 그러나 속이 빈 정육각형은 외부의 힘이 쉽게 분산되는 구조여서 견고할 뿐 아니라 안정적이라고 한다.

     

          육각형의 벌집은 벌집 무게의 무려 30배나 되는 양의 꿀을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벌집은 9~14도 기울기로 되어 있어, 꿀이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 공동생활을 하는 벌들이 짓는 집임에도 마치 한 마리의 벌이 만든 듯 빈틈없고 어긋남이 없다는 것도 신비스럽다.

     

         어느 과학자가, 벌들이 본능적으로 육각기둥 형태의 집을 짓게 되었는지 여부에 관해서 연구를 해보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본디는 원형으로 집을 짓게 되는데, 표면장력의 덕분으로, 굳으면서 육각으로 변하더란다. 그렇더라도 신비스런 일. , 1965년 헝가리 수학자 페예시 토트, 수천 년 동안 의문에 싸여 있던 벌집의 구조에 관해,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규명했다는 거 아닌가.

     

          ‘ 최소의 재료로 최대의 면적을 지닌 용기를 만들려 할 때에 그 용기는 육각형이 된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벌집구조는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외부의 힘을 쉽게 분산시킨다. 해서, 우리네 일상생활에 널리 적용된다. 인도(人道)에 까는 육각형 보도블록, 건축물, 노트북, 자동차 차체, 고속열차 충격 흡수장치, 제트기와 인공위성의 기체(機體),자동차 바닥 이중매트, 샌드위치 패널의 속 등. 이들 가운데에서 육각형 보도블럭은, ‘틈이나 포개짐 없이 명면이나 공간을 도형으로 완벽하게 덮는 일에 해당하며, 이를 쪽매맞춤’, 테셀레이션(tesselation), 타일링(tiling)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 육각형 기둥으로 조합되고,‘허니콤(Honeycomb)’이라고 부르는 고속열차 충격 흡수장치의 경우, 벽면 정면충돌 때에도 충격 에너지를 80%씩이나 흡수한다고 한다.

     

          한낱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은 벌들이, 달콤한 꿀과 더불어 안정적인 구조의 육각형 집으로 우리네 인간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내가 벌을 몹시 타서, 앞으로 벌침에 쏘이면, 면역이 되는 게 아니라 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그때 그 의사선생님은 경고 메시지를 나한테 주었다. 해서, 가을날까지 이 벌집이 달린 감나무를, 아쉽게도 감이 주렁주렁 달렸음에도 통째로 남겨두었기는 했지만, 공동생활을 하며 부지런을 떨던 벌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더욱이, 농부인 나한테 벌들은 퍽이나 유익한 존재다. 그들이 없다면, 감히 해마다 풍성한 작물을 거둘 수 없기에. 이 무슨 이야기냐고?그들은 아주 훌륭한꽃가루받이의 중매쟁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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