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38)
    수필/신작 2025. 10. 25. 21:23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38)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39. 자웅이주(雌雄異株)·자웅동주(雌雄同株)

     

       가) 자웅이주

     

       내 ‘만돌이농장’ 밭뙈기 바로 위에는 오랜 동안 묵혀 놓아 산이 되다시피한 ‘강씨네 밭’ 600여 평도 있다. 내가 그 묵정밭을 일궈 고추농사와 들깨농사를 번갈아 해왔다. 마음을 다잡았는지(?), 이웃마을에 본가(本家)를 둔 그가 뒤늦게 나타나 내 충고를 받아들여 세 뙈기의 밭을 며칠 동안 굴삭기를 부려 한 뙈기의 밭으로 만들고, 거기다가 제피나무 묘목을 부지런히 심어댔다.

       그가 말했다.

       “형님, 제피 농사가 괜찮대요. 손도 덜 가고요. 그 열매는 판로(販路)도 좋다는데요?”

       그가 어련히 알아서 묘목을 사왔겠냐만, 그래도 나는 노파심으로 그에게 일러주었다.

       “강 형, 이 숯골 산에는 제피나무가 흔해빠졌거늘, 캐다 심으면 될 텐데, 돈 주고 묘목을 사오시다니? 그리고 키워보들 않고서는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쉬이 구별하기 힘들 텐데요?”

       그러자, 그는 제피나무의 잎 모양을 보고서도 암나무, 수나무를 구별하는 걸 묘목상으로부터 똑똑히 배웠다며, 그의 성씨 강씨답게 ‘강고집’을 부렸다. 심지어 나한테 설명해주기까지 하였다. 사실 나는 아직도 이해 아니 되지만... . 마치, ‘자목련’인지 ‘백목련’인지는 키워보들 않고서는 묘목상조차도 판가름하기 힘들 듯. 이 점에 관해서는 지금으로부터 48년 전 내 은사님 <수목학> 백승언 교수님께서도 분명히 일러주었다.

       어쨌거나, 이처럼 제피나무처럼 수꽃만을 피우는 수나무와 암꽃만을 피우는 암나무가 따로 있는 나무를 ‘자웅이주(雌雄異株)’라고 한다. 자웅이주의 대표적 나무는 은행나무다. 참말로,은행나무는 <생물학>이나 <수목학>에서 아주 특별한 지위에 있다. 그 잎의 추출물 ‘징코민’으로 노화방지 약제도 개발되었다. 하여튼, 은행나무는 자웅이주의 대표적 나무이기도 하지만, ‘잎이 넓음’에도,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침엽수’로 분류되고 있다는 거. 가령, 사지선다형 문제에 ‘다음 중 활엽수가 아닌 나무는?’이면, 볼 것 없이‘ 은행나무’를 찍으면 된다. 은행나무 말고도 이미 위에서 소개한 제피나무를 비롯하여 가죽나무·버드나무류·뽕나무· 구지뽕나무 등이 있다. 사실 내 뒷동산에는 구지뽕나무도 몇 그루 있는데, 해마다 ‘열매익히기’ 실패하는 이유도?

       이 자웅이주 나무들의 유전적 특징이다. 타가수분(他家受粉)만 가능하고,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높으며, 유전병이나 환경 적응력 등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친교배의 취약성과는 거리가 먼 이점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나. 자웅동주

     

       ‘자웅동주’는 따로 설명치 않아도 되겠다. 자웅동주의 대표적 나무는 소나무. 소나무 외에도 오리나무류·삼나무·호두나무·참나무류 등이 있다. 여기에 속하는 나무들의 특징은, 자가수분(自家受粉) 및 타가수분 둘 다 가능하며, 자웅이주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자가불화합성’ 메커니즘이 따로 있다. 대부분의 참나무류와 소나무류는 자웅동주임에도 이들은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바람이나 곤충을 통한 타가수분을 하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네 인간들도 결코 놓쳐서는 아닐 될 지혜도 따로 있지만, 내가 말해버리면 많은 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항의할 것 같아서 차마 말 못하겠다.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자웅이주와 자웅동주에 관해서는 위와 같이, 학창시절 다들 익혔으니, 개략적으로 함께 복습하기로 하고. 이와는 다소 개념이 다른 이야기를 둘 더 보태기로 한다.

     

       (1) 수분수(受粉樹)

     

       체리나무나 사과나무 재배 때에는 군데군데 다른 종류의 체리나무나 사과나무를 심게 된다. 이들을 수분수라고 하는데, 그 배합까지는 익히지 못하였다. 대신, 장닭 한 마리가 8마리~ 12마리 암탉을 거느려 유정란을 만든다는 걸 다들 기억해보시길. 그리고 우두머리 수컷 물개 한 마리가 온 바다의 암컷을 다 차지한다는 걸 연상해보시길. 수꽃을 피우는 수분수의 역할도 그러하리라.

     

       (2) 경북 청도(靑道) ‘씨 없는 반시(盤柴);쟁반감)’

     

       내 농장이 자리한 ‘경산시 남천면 송백1리’와 경산시 지정 등산로이기도 하고 명산(明山)으로 알려진 ‘선의산(仙義山;해발고도 756미터)’ 바로 너머에 자리한 청도군. 그곳의 감은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하다. 그곳 감을 다른 곳에 옮겨심으면 씨가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20여 년 전 우리 내외가 이곳 ‘경산시 남천면 송백1리 1152번지’에 터잡았을 때 개울가에 늘어선 당시 20여 년 되는 감나무 10여 그루 감나무에서 딴 감도 이상하기만 했다.

       아내 차 마리아 님이 홍시를 먹다가 무척 놀라워했다는 거 아닌가.

       “현지 아빠, 우리 감에도 씨가 없네요. ”

       사실 청도와 ‘남성현’ 재 하나 사이에 자리한 이곳 경산의 쟁반감에도 씨가 없다. 그렇게 많이 달려, 가을마다 그 쟁반감을 따는 데 골병이 들 지경이었건만, 그것도 옛 이야기. 기후변동으로 인해서인지, 탄저병에다 둥근무늬낙엽병에다 ... 해마다 알이 줄줄 흘러내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 감나무들.

       내가 이 무슨 엉뚱한 이야기를 이렇게 주절주절? ‘씨 없는 청도 쟁반감[반시]’는 암꽃만을 피우기에 씨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게 과연 가능? 일부 하등식물이나 무척추동물에서나 일어나는‘처녀생식’이란 말?

       마음 같아서는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해마다 ‘씨 없는 쟁반감’을 박스에 담아, 택배로 집집이 부쳐드리고 싶은데, 농약을 무려 20여 만원어치 거듭거듭 살포하여도 올해도 완전 망쳐서 아쉽다는 말을 전하며.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개인 블로그,‘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