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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41)
    수필/신작 2025. 11. 1. 05:57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41)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이미 이 시리즈물을 써오는 동안 몇 차례 밝힌 바 있지만, 나는 나이 서른둘에 대한민국 수필계에 등단한 이래 40여 년간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 동안 5,000여 편의 수필작품을 적어왔으니, 아니 다룬 제재가 그리 많지 않은데... . 다만, 내가 싸질러놓은(?) 그 많은 새끼들 이름조차도 다 기억 못할 뿐. 해서, 이 시리즈물은 이미 적은 작품들을 재편집하는 데에 만족해한다.

     

        42. 광발아성(光發芽性) 종자·암발아성(暗發芽性) 종자

     

       이번 호 글은 제 40화 ‘감사비료 시비[施肥;주기]’를 쓰다가 ‘우연히’ 얻게 된 글감으로 이뤄진다. 사실 ‘우연히’라고 말했지만,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할 글이다.

        우선, 제 40화 한 대목을 베껴다 붙인다.

     

       <(상략)오늘 퇴근길에서 만난 할배 할매들. 그분들은 한 해 포도농사를 끝낸 후 해마다 행해왔던 대로, 포도밭 고랑에 마치 귀인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릴 때 밟는 고급융단 같은 역할을 하던 밭고랑의 부직포나 해가림막을 포도나무 발치에다 걷어붙이고, 비료를 던져주고 있었다.(하략)>

     

       농부들은 밭고랑에 깔아두었던 부직포나 해가림막을 가을에는 걷는다. 이듬해 봄에 다시 깔 테지만 그렇게 한다. 겨우내 토양한테 제대로 숨 쉬게 하여 토양미생물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한편, 이듬해 봄에 새로 관리기로 로터리작업(쟁기질에서 발전된 방식임.)하여 밭을 갈고자함이다. 이 점도 우리네 인생 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언제고 연속반복이니까. 참말로, 농부들 인생 여정도 ‘(잔치가)끝나야 끝나는 것’이리라. 결코, 서정주가 1940년 <행진곡>이란 시에서 노래한, ‘잔치는 끝났더라/마지막 앉어서 국밥들을 마시고/ 빠알간 불 사루고/ 재를 남기고// 포장을 걷으면 저무는 하늘/ 일어서서 주인에게 인사를 하자(하략)’가 아님을.

       참, 부직포는 무엇이고 해가림막은 무엇인지를 빠뜨릴 뻔했다. 부직포(不織布;nonwoven)란, 한자어가 밝혀주듯, ‘섬유를 짜지 않고 평행하게 놓거나 일정한 방향 없이 배열하여 합성수지 접착제로 붙여 만든 천’을 일컫는다. 쉬이 말해, 천이되, 성기게 짜거나 엉터리로(?) 짠 천이다. 해가림막은 부직포보다 더 성기게 짠 것으로, 미꾸라지 등 물고기도 쉬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그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가림막은 잔칫날 온 마당에 쳤던 치알(←차일)과도 같다. 내가 그것을 굳이 해가림막이라고 한 이유가 따로 있다. 이들 부직포와 해가림막은, 대부분의 잡초가 ‘광발아성 종자 식물’이라서 아예 밭고랑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효과를 지니기에. 태양광선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기에. 그리고 빗물에 ‘흙 튀김’을 막아주어, 토양에 숨어 지내던 탄저균, 진딧물 등 여러 병충이 작물 잎에 옮겨 붙지 못하게 도와준다. 또, 약간은 토양 습윤(濕潤)을 돕기도 한다.

       이제 위에서 불쑥 내던져둔(?) ‘광발아성 종자 식물’이란 열쇠낱말만 풀이하면 되겠다. 싹이 트는 과정에서 빛이 필요한 종자다. 대개의 잡초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작물로서는 담배, 무화과가 대표적이다. 광발아성 종자 식물은 빛에 의해 발아를 촉진하는 ‘피토크롬(phytochrome)’이라는 녹색(적색)색소(크롬;chrome)가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식물을 일컫는 ‘phyto-’를 ‘파이토-’로 발음해야 옳겠으나, 마치 ‘파이톤사이드(phytoncide)’를 ‘피톤치드(phytoncide)’로 부르듯. 이참에, 둘 다 왜놈식 표기임에 유감을 표하면서. 이와 반대로, 암발아성 종자 식물은 발아를 위해 빛이 필요하지 않는 종자이며, 어둠 속에서도 발아가 잘 이뤄진다.

        광발아성 종자와 암발아성 종자에 관해서는 일람표 내지 목록을 따로 작성하여 익혀야 할 정도다.

     

        (가) 광발아성 종자들

     

       바랭이·담배·개비름·금어초·당근·딸기·민들레·바랭이·배추·베고니아·상주·셀러리·쇠비름·쑥갓·양배추·우엉·토마토 등.

       농부들이 부직포나 해가림막을 밭고랑에 까는 이유가, 웬수 같은 위 주기(朱記)한 바랭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오죽했으면 남도민요에 이런 게 있었겠나?

       “논에 가면 갈이(←갈대가) 원수/밭에 가면 바래기(←바랭이) 원수/ 집에 가면 씨누(←시누이) 원수/ 세 원수를 잡아다가/참실로 목을 매어/ 범 든 골에 옇고지나(←넣고지나).”

     

        (나) 암발아성 종자들

     

       강낭콩·고추·나리과 식물·박·부추·수박·양파·옥수수·오이·호박 등.

       암발아성 종자들 가운데에서 내가 숙취해소에 즐겨먹는 콩나물은 아주 특이한 경우다. 콩나물 재배기술의 핵심은 암실(暗室)이거나 검은 보자기. 그것들 대가리를 덮어 아예 광명을 보들 못하게 해야 한다는 거. 여차하면 광합성 작용을 개시하여 푸르딩딩해지고 잎까지 돋아나던 걸 어린 날 종종 체험하였다. 어머니의 분부대로 안방구석에 놓인 콩나물시루에 들며나며 물은 줬으되, 깜박 잊고 보자기를 덮지 않아 일을 그르쳤던 기억. 사실 그 콩나물은 이웃집 잔치를 위해, 수탁재배 중이었는데... . 당시는 마을 잔치를 위해 집집이 품앗이로 콩나물을 그렇게 길러주곤 했다.

     

        끝으로, 주경야작(晝耕夜作)하는 나는 광발아성 종자이기도 하지만 암발아성 종자임을 알려드리며.

     

       차시예고)

       또 다음 글감을 낚으려고 용을 써보아야겠다.

     

       * 이 글은 본인의 개인 블로그,‘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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