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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67)
    수필/신작 2025. 12. 19. 01:35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67)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40년지기이며 나의 뮤즈인 그분께는 거의 매일 ‘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어제는 아래와 같이 문자메시지를 띄웠다.

     

    < 과찬의 말씀입니다. 저는 자나깨나 글짓기공부만 할 따름인 걸요. 제 모자라는 지식 등에 관해 일종의 보상심리로요. 그리고 어버이 은혜를 ‘기워갚고자(보답하고자)’,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창작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 . 그래서일까요, 편편 글을 적는 동안에도 저는 곧잘 울어요. 두 볼에 눈물 주룩주룩. 그럴 적마다 혼자서, 제 글에 감동하기도 해요.>

     

     

      빈 통 세어보니, 편당 막걸리 한 통 잡히네요.

      칠십 노인이(?)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여태 ‘무숙자’인양 잠 못 이루고 키보드 토닥였지 뭡니까?

     

      68. 꽃부터 피는 나무·잎부터 피는 나무

     

        가) 진달래와 철쭉의 식별요령

     

       최근 이곳에 들어온 밭 이웃 김OO 사장은 관상수에 관심이 퍽이나 많다. 새로 꾸미는 자기네 농장에 온갖 관상수를 구해다 심어, 이른바 ‘힐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곤 한다. 나이로 따지면, 나보다 10여 년 손아래이지만,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시골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주욱 산천경개를 즐겨왔을 테고, 중·고등학교 시절 실업과목도 <농업>으로 익혔을 터.

       술판을 벌이다가, 그가 한 번은 느닷없이 질문을 해왔다.

       “형님, 농과대학에서 임학(林學)을 전공하셨다면서요? ‘진달래’와 ‘철쭉’은 어떻게 달라요?”

       사실 그것은 전공필수과목 <樹木學> 중간고사에도 나왔던 문제다.

       나는 즉시 답했다.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꽃부터 피면 진달래요, 잎부터 피면 철쭉이라오.”

       이는 <樹木學>에서 중시하는 ‘식별’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정도로만 특징지어 식별해서 답을 작성하여도 만판이다.

       그 말을 듣던 그는 자기네 쪽에서는‘진달래’를 ‘참꽃’으로 불렀고, ‘철쭉’을 ‘개꽃’으로 불렀다고 하였다. 사실 나도 그의 고향 경북 영양과 붙어있는 경북 청송이니, 그 이름들 모를 턱 없다.

       이에 내가 이런 요지로 덧붙였다. ‘진달래’는 꽃을 중시해서 부르는 이름,‘두견화’는 두견새와 관련된 전설을 바탕으로 부르는 이름. 본디는 흰 꽃이었는데, 두견새가 피를 토해 그 꽃이파리를 핏빛으로 물들였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두견화. 사실 그렇게 슬피 우는 새는 ‘두견이’가 아닌‘소쩍새’인데, 우리네 선조들은 안타깝게도, 그처럼 ‘지적 오류’를 범해, 이날 이때까지 그대로 전해오도록 하였다. 덩달아, 많은 문인(文人)들도 그들 글에서 아직도‘두견새 타령’을 한다. 조류 분류학상‘두견이’는 분명 뻐꾸기류에 속한다. 그리고 그처럼 슬피 울지도 않는다. 저녁 무렵, 살아생전 내 어머니가 흉내를 내었던 대로, ‘보쌀(보리쌀) 대끼소! 보쌀 대끼소!’외고 날아가는 새가 두견이이건만... . 그리고 김OO 사장이 말하는 ‘참꽃’은 그 이파리를 배고프면 따먹었던 꽃, 약재로 썼던 꽃이란 뜻을 지닌다. 반면, ‘철쭉’을 ‘개꽃’으로 부르는 이유는, 그 이파리가 찐득하고 독성(毒性)까지 지녔기에, 얕잡아 부른 데에서 비롯되었다. 철쭉의 다른 이름은 ‘연달래’이다. ‘진달래에 연이어 피는 꽃’이란 의미를 지녔다. 즉, ‘연달래’라는 이름만으로도 꽃철이 진달래보다 다소 늦다는 걸 짐작할 수 있으며, 진달래와는 달리, 꽃보다 잎이 먼저 핀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즉, 잎 나고 난 뒤 그 잎의 광합성 에너지로 꽃을 피운다는... . 내 고향 경북 청송에 자리한 국립공원 주왕산 개울가에 자라는 특산 철쭉을 특히‘수[水]달래’라고 부르는데, 철쭉의 변종이다.

     

       나)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이유

     

       위에서 분량 넘치게, 진달래와 철쭉을 이야기하다가, 소제목으로 삼은 ‘68. 꽃부터 피는 나무·잎부터 피는 나무’의 맥락을 자칫 놓칠 뻔하였다.

       지금부터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소개다. 진달래를 비롯하여 매화·개나리·산수유·벚나무·목련·생강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에너지 저장. 겨울 동안 뿌리와 줄기에 에너지를 저장한다.

       둘째, 조기 개화. 봄 초입에 잎 없이 꽃만 먼저 피운다.

       셋째, 수분(受粉)전략. 잎이 없어 꽃이 더 눈에 띄며, 중신애비인 곤충 유인에 유리하다.

       넷째, 짧은 수명. 꽃이 지고 나서야 잎이 나기 시작한다.

       위에서 꽃부터 피는 대표적인 나무 일곱 종을 소개하였는데, 이들은 공히 겨울 동안 뿌리와 줄기에 저장한 에너지를 꽃피우는 데 집중해서 사용한다. 공통적으로, 광합성을 통한 생장보다는 ‘번식’에 관심을 더 두는 나무들이다.

       더욱 더 흥미로운 사실. 꽃부터 피우는 나무들의 공통점은, 광주기성(光週期性)과 관련해서,장일식물(長日植物)은 장일식물 대로, 단일식물(短日植物) 대로 기온과 햇빛 강약에 따라 꽃을 피우기도 하고 꽃을 아니 피우기도 한다는 점.

       요컨대,‘꽃부터 피우는 나무들’은 혹한 겨울이 없으면, 그 혹한을 견디지 못하면, 이듬해 봄에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제 내 이야기 결론에 이른다.

       “혹한 겨울이 없으면, 봄꽃은 없다.”

       이는 ‘흥미로움’을 훨씬 뛰어넘는, ‘철학적 의미’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그저 기계적으로(?), ‘진달래는 꽃부터, 철쭉은 잎부터’로 익혔던 점도 새삼 부끄럽다.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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