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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68)
    수필/신작 2025. 12. 19. 12:35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68)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1)

     

       이 글을 한 자, 한 줄 허투루 읽지 않고, 눈가는 데는 또 없는가 하고서, ‘매의 눈’으로 살피실 시조시인 ‘박기섭’ 님께 바친다.

       당신은 나의 지난 직장의 선배이시자, 1980년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한 분이다.

     

       작가의 말 2)

     

       40년지기이며 나의 뮤즈인 그분께는 거의 매일 ‘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어제는 아래와 같이 문자메시지를 띄웠다.

     

       < 과찬의 말씀입니다. 저는 자나깨나 글짓기공부만 할 따름인 걸요. 제 모자라는 지식 등에 관해 일종의 보상심리로요. 그리고 어버이 은혜를 ‘기워갚고자(보답하고자)’,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가운데에서 하나인 ‘수필창작’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 . 그래서일까요, 편편 글을 적는 동안에도 저는 곧잘 울어요. 두 볼에 눈물 주룩주룩. 그럴 적마다 혼자서, 제 글에 감동하기도 해요.>

     

     

     

       69. 핵과류(核果類) 과일나무들은

     

       지난 호에는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에 관해 적었다. 그 글에는 최근 이곳에 들어온 밭 이웃 김OO 사장과 술판을 벌이며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그때 그 김OO 사장은 퍽이나 흥미로운 사항을 알려주었다.

       “형님, 대체적으로 과일나무들 가운데에서 핵과류 과일나무들은 잎보다 꽃부터 피우던데요?”

       그가 그 사항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날 그는 꽃부터 피우는 핵과류 과일나무들을 낱낱이 열거해나갔다. 그가 관찰력에서 얻어낸 것인지, 어떤문헌에 적혀있는 것을 보고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

       “어, 김사장, 정말 그러하네!”

       차례차례 살펴본즉, 복숭아· 자두· 앵두· 매실(열매를 중시하면 ‘매실’이요, 꽃을 중시하면 ‘매화’다.)· 서양버찌나무(체리) 등이 죄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과일나무는 아니지만, 핵과류인 산수유와 벚나무도 그렇게 꽃피우는 습성을 지녔다.

      사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핵과류 과일나무의 꽃피우는 습성에 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해서, 오늘은 따로 시간 내어, 복습차 40여 년 전에 익힌 전공필수과목 <樹木學)> 교재를 다시 펼치게 된다. 분류학 그 사닥다리 (階梯; 단계; step ; stage)를 차근차근 타고 내려간다. ‘제 1편 총론>제 3장 열매>2. 피자식물의 열매>(1)진과(眞果)>①건폐과(乾閉果)’에까지 닿았다.

       여기서 잠시. 그 <樹木學)> 교재에는 ‘수과(瘦果)’식으로만 소개하고 있는데, 내가 새로 공부하여 ‘수과(瘦果:클레마티스. 미나리아재비)’식으로 보완하여 적어나간다. 그것도, 그 교재에서 소개한 ‘빼뚜름체(이탤릭체)’학명(學名)을 하나하나 인터넷 검색창에 쳐 넣어, 우리 식 이름으로 찾아가면서까지. 이는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내 얕았던 지식을 그야말로 ‘업그레이드’하는 ... . 참, 일찍이 린네가 고안해낸 이명명법에 의거, 속명과 종명을 ‘빼뚜름체’ 내지 ‘비스듬체’인 이탤릭체로 쓴다고 이 연작물 어디에선가 밝힌 바 있음을 다들 환기해주시길.

       내 이야기 물꼬를 다시 본류(本流)로 돌린다. ‘건폐과’ 하위개념의 열매들 가운데에는 수과(瘦果)·견과[nut]·시과(翅果:열매에 프로펠러 달린 단풍류)·낭과(囊果:고추나무, 새우나무) 등이 있다.② 건개과(乾開果)에 이르면, 골돌(蓇葖:모란)·협과(莢果:콩고투리)·분리과(分離果:도둑놈의 갈고리속)·삭과(蒴果:무궁화)·분열과(分裂果: 우산과 나무, 단풍나무과) 등에 관해 대표적인 나무와 짝지어 기술하고 있다. 나는 잔글씨로, 교수님이 일러주는 대로 토를 달아두기도 하였기에, 추억도 새록새록.

        이 단락은 이미 ‘주태백’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뜨거운 눈물 흘리며 적는 단락. 그때 노교수(老敎授)님의 더듬거리는 목소리와 배지시 열린 강의실 뒷문으로 차례차례 달아나버리던 학우(學友)들의 모습도 겹쳐지고... . 사실 그때 우리는 ‘산방화서(繖房花序; 꽃차례[花序] 가운데에서 하나임.)’도 아니면서, 그렇게 강의실 뒷문을 통해 도망가곤 하였다. 우리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주인공들이었다. 너그럽게도, 시간은 다시 우리한테 돌아올 줄로만 알았던... . 어느새 내 나이도 일흔이 되어버렸는데... .

       다시 내 이야기 본류로.

       ③육질과(肉質果)에 이르자, 비로소 위에서 논의하였던 핵과(核果)가 나타난다. 육질과에는 이 핵과 말고도 장과(漿果: 딸기류)·감과(柑果)·석류과(石榴科) 등이 있음을.

       위 분류체계에 따라,(2)가과(假果)에 닿으면,다시 ①단화과(單花果) ② 다화과(多花果)로 갈라지게 된다. ①단화과에는 이과(梨果:배)·장미과(薔薇果)·영과(穎果:벼과)·취과(聚果;複合管狀果:단풍딸기속, 산딸나무) 등이 있다. 그리고 ② 다화과(多花果)에는 구과(毬果:솔방울)·상과(桑果:뽕나무)·은화과(隱花果:무화과나무) 등이 있다.

       속속들이는 아닐지라도, 이처럼 적고 보니‘열매의 종류’에 관해서만은 다 정리된 듯하다.

       식물은 저마다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형질대로 각양각색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그 열매는 후사(後嗣)를 보기 위해, 나름대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핵과의 경우, 웬만해서는 동물의 먹이 등으로 그 속에 간직한 배아(胚芽)가 훼손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토양 속에 묻혀,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수 년, 심지어 수천 년 지내다가 기온·습도 등 가장 싹 틔우기에 알맞은 때를 택하여 세로로 두 쪽으로 갈라져 싹을 띄운다는 것을. 이는 우리가 즐겨 먹는 대부분의 핵과류 과일들은 그들 부모인 과일나무들의 ‘후사 보기 위함’의 본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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