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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71)수필/신작 2025. 12. 23. 13:53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71)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72. 백합(百合; Lily)
그 꽃말이 ‘순결’. 속명은 ‘Lilium’. 그 속명에서 따와서‘백합’을 영어명으로 ‘Lily’로 쓰고 있다. 우리 식으로 발음하면, ‘Lily’가 ‘나리’에 가까운 듯도 한데... . 실제로 ‘백합속’을 ‘나리속’이라고 달리 부르기다 한다.
우선, 그 꽃 무리를 ‘百合’이라고 부르게 된 흥미로운 전설부터 들려드릴 차례.
어느 남정네가 깊은 산 속에서, 나뭇가지에 칡 올가미를 매어 놓고, 목매어 자살하기에 앞서 온 세상이 진동할 만치 소리내어 엉엉 울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한 손으로는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도사가 그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도사는 그 젊은이한테 자초지종 극단선택을 하고자 하는 이유를 캐묻게 된다.
젊은이가 하소연을 하게 된다.
“도사님, 말씀도 하지 마십시오. 좋다는 약이란 약은 다 써보았습니다. 그러나 듣질 않았습니다.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하여 아내로부터 소박맞았습니다. 사내가 이렇게 살아서 뭣 하나 싶어 목매어 죽으려고 합니다. ”
그 하소연을 듣던 도사가 ‘으흠!’ 헛기침을 한 후 이내 말하였다.
“젊은이, 한 번만 더 속아 보게나. 이 자리에서 좌측으로 다섯 걸음 걸어가면 커다란 바윗돌이 나타날 걸세. 거기서 다시 우측으로 열 걸음 걸어가보게나. 거기에도 커다란 바윗돌이 있을 걸세. 그 바윗돌 틈새에 흰 꽃을 피운 식물이 있을 걸세. 그 뿌리를 캐다가 달여 먹어보시게나. 그러면 ‘일일백합(一日百合)’ 할 걸세.”
도사는 그 말을 남기고 ‘뿅!’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온 젊은이는 도사가 일러준 대로 반신반의 행해 보았다. 과연 효험이 있어, 그날부터 ‘一日百合’ 이상으로 아내를 만족시켰다. 그때부터 아내로부터 “그만! 그만!” 항복도 받아내곤 하였다.
‘百合’이란 꽃 이름은 ‘一日百合’의 준말. 믿거나말거나. 사실 이 전설은 지난날 <樹木學>을>을 강의하셨던 노 은사(老 恩師)님으로부터 들었다.
그 이후 내가 <한국의 야생약초> 등 여러 책을 통해 알아본즉, 백합은 양기(陽氣)를 돋우는 약재가 아니라, 음기(陰氣)를 돋우는 약재임을 알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그것은... 슬하에 딸아이 둘을 둔 총각인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디까지나 부부의 공동작업 내지 공동운동인 터이니, 부인의 음기가 돋우어져도 그 효과는 만판이겠지.
백합은 비늘뿌리를 지닌 식물이다. 그 뿌리가 ‘까도 까도 양파’처럼 생겼다. 그러니 백합과의 식물들은, 그 뿌리가 이중구조로 되어있는 난(蘭)과 쉬이 식별 가능하다. 반면, 그 숱한 종류의 난은, 아주 쉽게 풀이하자면, 그 뿌리구조가 모두 ‘연필 꼴’이다. 연필의 그 딱딱한 흑연 연필심을 부드러운 목재가 에워싸고 있듯. 어쩌면 동파(凍破)방지를 위에 수도관을 ‘스티로폼 대롱’으로 감싸듯. 뿌리가 그렇게 생겨먹었으면, 그 겉모습이 어떠하든 거의 다 난이다. 그처럼 심(心)을 에워싼 부드러운 뿌리는 보습(保濕)을 위해 스펀지처럼 설계된 듯. 해서, 난 재배 때에는 바지런을 떨며 너무 자주 물을 주어서도 아니 되고, 보습력이 뛰어난 마사토에 심어야 한다는 것을. 심하게 말하면, ‘난우회’ 등에 속한 이들은 하나같이 물주기 등을 게을리 하는 이들. 게으른 그들한테만 난은 썩 잘 어울리는 화초다. 여담. 그래서일까, 나는 살아생전에 땡전 한 푼 막노동판에서, 단 한 번도, 자기 손으로 벌지 않고, 해외여행 등 온갖 혜택 다 누린, ‘그 입으로만’의 법정스님의 <무소유>란 수필마저 경멸하지만... . 위에서 말했듯이, 난은 뿌리가 이중구조로 되어있어서이다.
잠시. 다시 더듬고 넘어가자. 나리 곧, 백합은 양파뿌리 같이 생겨먹은 뿌리를 지녔고, 난은 그 잎이 어떻게 생겨먹었든, 뿌리가 연필처럼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이렇게 적어 내려오다 보니, 본말이 전도된 듯하다. 백합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 무슨 망측한?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백합과의 식물 곧, 나리와 난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거. 원추리[萱]· 맥문동·무릇·꽃무릇·상사화 등도 난인 줄로 아는 이들도 많기에 하는 말이다. 심지어, 식물학자들이나 원예학자들 가운데에서도 백합류가 아닌 원예식물을 ‘백합’이라고 부르는 예도 있다는 것을.
끝으로, 백합과 식물들 가운데에서 명품 화훼로 재탄생한 꽃을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하나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원추리. 봄철에 우리나라 산야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백합과’의 야생화이다. 어린 순은 데쳐서 봄나물로 먹기도 한다. 이 꽃이 서양으로 건너가서, 어느 육종학자를 제대로 만나, 새로이 빼어난 모습으로 육종되어 역수입된다. 그 화훼의 이름이 바로‘데일리 릴리(Daily Lily)’. 그 원종(元種)은 우리 대한민국 특산의 백합과 원추리.
막상 위 단락 문두(文頭)에다 ‘끝으로,’라고 적고 보니, 그래도 못내 아쉽다. 마침 내일 모레가 크리스마스다. 서양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각광받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그 어떤 나무도 아닌, 대한민국 특산의 ‘구상나무(Abies koreana Wilson)’라는 자부심을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린네의 이명명법표기에 의거, ‘Abies’는 ‘전자나무속’, ‘koreana’는 ‘(대한민국에서만 자라는)구상나무’, ‘Wilson’은 최초 명명자 ‘윌슨’을 각각 뜻하니... .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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