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라디오가 일곱 대(1)
    수필/신작 2025. 12. 24. 18:07

     

            라디오가 일곱 대(1)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내 ‘만돌이농장’은 마을과 1.2km 떨어진 한갓진 산속에 자리한다. 해서, 여태 20여 년 동안타인들로부터 소음 등의 피해호소를 들을 일도 없다. 내 농장 곳곳에는 라디오가 설치되어 있는데, 농막 처마 밑에는 두 대(쌍나발 스피커 X 2. 스테레오 효과 극대화 위함.), 저 아랫밭 밭둑에도 한 대, 그리고 저기 윗밭 끝 팔각정에도 한 대. 나머지 세 대는 예비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것들 라디오들은 다 내가 그 동안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아파트 ‘소형폐가전품 보관함’에서 주워온 것들이다.

       세대에서는, 선국(選局)을 위해 채널 레버를 돌리다가 ‘찌륵찌륵’ 소리 나서 크게 탈난 줄로만 알고서 버린 예도 있었을 터. 그것은 나한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자제품세척스프레이’를 분사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하곤 했다.

       위에서 소개했듯, 내 농장에는 네 대의 라디오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고, 모두 다 대구·경산 지역 ‘KBS 1 클래식 FM’ 주파수 89.7에 맞춰져 있다. 이른바 ‘채널고정’이다. 그처럼 군데군데 멀찍멀찍 설치해두었기에, 그 거리상 저 멀리 건너편 산길 행인들이 들으면, ‘하울링(howling)’도 다소 느끼겠지만... .

       내 농장에는 24시간 내낸 음악이 흐른다. 나는 그 24시간 시간대별 프로그램명을 그 프로그램 진행자와 짝을 지어 좔좔 꿰고 있다. 진행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알 정도. 그 프로그램들 가운데에서 몇몇을 소개하겠다. 06:00은 김지윤 아나의 ‘새아침의 클래식’. 09:00은 신윤주 아나의 ‘신윤주의 가정음악’. 11:00은 윤수영 아나의 ‘KBS 음악실’. 12:00은 박지현 아나의 ‘생생클래식(애칭으로, 애청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생클’이라고 부른다.). 14:00은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 16:00은 홍소연 아나의 ‘노래의 날개 위에’. 18:00은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20:00은 최은규 음악칼럼니스트의 ‘FM실황음악’등등.

       고백하겠는데, 내가 자신을 ‘음악칼럼니스트’로 소개하며, 150여 편 시리즈물로‘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를 적어올 수 있었던 것도 다 내 농장에서 24시간 내내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네 인간들뿐만 아니라 여타 동식물도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 식물들이 좋아하는 음악들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피아노협주곡 23번, 소나타 K448.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골드베르크변주곡. 드뷔시의 ‘달빛’등. 모두 식물이 좋아하는 주파수대 클래식이라고 한다.

       물론, 젖소 등 가축들이 좋아하는 음악도 따로 있다고 한다. 축산업을 하는 내 이웃 어른들께도 라디오를 틈틈 그렇게 ‘소형폐가전품 보관함’에서 주워와서 선물하기도 하는 편이다.

       이 한갓진 산골 외딴 농막. 본디부터 나는 텔레비전을 멀리해 왔다. 귀중한 시간을, 넋을 빼앗기는 것만 같아서다. 사실 가족이 사는 시내 아파트에 내려가면, 아내는 어련히 알아서, 자기가 보던 텔레비전을 곧바로 끄곤 한다. 그런 다음 자기네 방으로 건너가, 다시 텔레비전을 켤 테지만... . 혼자 남은 거실에서, 그 시간대에는 돋보기를 끼고 스마트폰을 통해 또 다음날 적게 될 글에 대한 자료를 챙기기도 바쁘다.

       평소 나는 그 많은 예술 장르들 가운데에서 음악을 최고로 꼽는다. 밭일을 하면서도, 키보드 토닥여 글짓기 하는 동안에도 음악을 흘려놓는다. 일종의 ‘배경음악’. 작업능률도 높아지고, 무료함도 사라지고... .심지어, 잠자는 사이에도 귓가에 음악을 흘려놓는다. 태양광 경광등도 밭 군데군데 설치하여 두어, 멧돼지와 고라니의 ‘작물해침’을 막고 있는데, 내가 설치해둔 여러 대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멘트도 위해조수(危害鳥獸) 퇴치에 도움되리라 여긴다. 사실 이미 그 동안 덕을 보아왔을는지도 모른다. 여러 해 동안 멧돼지로부터 고구마 알을 도둑맞지 않았으니까. 고구마를 엄청 좋아하는 멧돼지 퇴치에도 도움 되었을 거라는... .

       라디오, 그 작고 값싼(사실 값싼 것도 아니다. 거저 주워온 것들이기에.) ‘문명의 이기’여!

     

       다음 호 계속)

       곧바로 ‘라디오가 일곱 대(2)’가 이어질 것이다. 애독자님들께서 글 분량에 지칠까봐서.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