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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가 일곱 대(3)수필/신작 2025. 12. 25. 08:59
라디오가 일곱 대(3)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우선,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입버릇을 흉내내어 말하고 난 뒤에 이야기 펼치려 한다.
“야들아, 우리 소시적에는(어릴 적엔) 라디오란 게 없었다구!”
맞다. 라디오의 역사를 살펴본즉, 1958년 10월, ‘락희화학(‘lucky’의 한국어식 표기였던 듯함.)’사장 연암 구인회가 경산남도 부산시(현 부산광역시)에 ‘금성사’라는 이름으로 전자회사를 세운 데에서 출발한다. 이듬해인 1959년 금성사는 최초의 국산 라디오 ‘A-501’을 만들었다는데, ‘A’는 교류(AC), ‘5’는 진공관 개수, ‘1’은 첫 번째 모델임을 각각 뜻한다고 한다. 금성사는 1960년에 최초의 국산 트랜지스터 라디오‘TP-601’을 개발했다. 그러나 그렇게 개발한 라디오가 애물단지였다고 한다. 빈곤층이 많아 라디오를 사서 청취료를 낼 형편들이 아니 되었던 등으로. 그러다가 1961년부터 박정희 정부가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을 펼치면서 비약적으로 라디오 사업이 발전했다고 한다. 지금 ‘LG’의 전신(前身)인 금성사. 우리는‘Gold Star’라고도 불렀고, 그 여왕관처럼 생겨먹은 로고도 기억난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진공관라디오에서 출발하여 트랜지스터라디오로 발전하게 되었음을. 여기서 말하는 트랜지스터는 반도체소자를 일컫는다. 진공관, 트랜지스터와는 개념이 다르지만,다이오드(diode)란 장치도 있었다. 다이오드는,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만드는 장치를 일컫는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나가는 전자기술. 내가 느끼기에, 음향기기의 발전속도가 개중 빠른 듯하였다. 라디오와 관련된 용어도 거듭 바뀌었다. 선국(選局)을 위해 피댓줄처럼 생겨먹은 줄을 손잡이로 좌측으로 또는 우측으로 물레를 잣듯 조심스레 감았던 기억. 그렇게 하는 걸 두고,‘사이클(cycle) 맞추기’라고 불렀다. 즉, 주파수를 사이클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사이클이란 말은 사라지고, ‘헤르쯔(Hz)’란 말을 쓰게 되었다. 인류 최초로 전파 송수신에 성공한 독일의 과학자 헤르쯔(Heinrich Heertz, 1857~1894)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또, ‘주파수’를 일컫던 ‘사이클’이란 용어도 ‘채널(channel)’로 바뀌었다. 본디 ‘채널’이란 어휘는 강·만·해협수로 등을 뜻하기는 하지만... . 나는 모든 라디오를 ‘채널 고정 89.7Mhz’ 해두었다. 그리고 음향기기의 발전단계에서 ‘모노(mono)’니 ‘스테레오(stereo)’란 말도 쓰게 되었다. 스테레오란, 방송이나 레코드 따위의 ‘입체 음향 재생 방식’을 일컫는다. 이를 테면, 스테레오는 연주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는 듯한 효과를 거둔다.
라디오의 발전은 어느 순간 멈추게 된다. 문외한인 나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일로 생각하곤 한다. 그처럼 갖고 싶었던 손목시계도 휴대폰의 출현으로 그다지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듯이, 라디오 없이도 세상의 모든 방송을 언제 어디서나 청취할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시계와 마찬가지로, 웬만한 가전제품에는 부속품인 양 라디오 기능이 갖춰져 있으니까.
라디오 기능도 갖추었던 야외전축(포터블 턴테이블)을 비롯하여 내 추억은 많기도 하지만, 애독자님들께서 글 분량에 지칠세라, 여기에서 끝내려고 한다.
어찌되었든, 내 ‘만돌이농장’에는 현재까지 일곱 대의 라디오가 있다. 앞으로도 내팽개쳐진 라디오를 보이는 족족 주워올 것이다. 아예 ‘소리사’를 차려 이 숯골[炭谷] 곳곳에다 설치하여야겠다. 나한테는 100미터짜리, 200미터짜리, 300미터짜리 등 ‘물레 전선(reel 전선)’이 있으니, 그것들 라디오들한테 밥을 주는 일 즉, 전원공급은 24시간 아니, 365일 동안 가능하니까.
끝으로,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 이 ‘라디가 일곱 대’ 연재물 세 편을 읽으시면서, 추억에 잠시 잠겨보시길.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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