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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타리[生-] (2).... 저는요, 유년시절부터 '모국어 공부' 철저히 했어요수필/신작 2025. 12. 29. 16:07
산울타리[生-] (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산울타리[生-] (1)’ 일부분을 다시 더듬고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상략) 생울타리, ‘따로 벽돌이니 철조망이니 펜스니 따위의 담장이 아니더라도 수목을 심음으로써 얻게 되는‘울타리’를 일컫는다. 생울타리는 <造景學>에서도 주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생울타리’는 ‘산울타리’의 비표준어이긴 하지만 ... .
(중략)산울타리의 원조는 ‘탱자나무 울타리’. 밀식하여 탱자나무울타리를 이루면, 멧돼지· 고라니·산토끼 등 위해조수(危害鳥獸)와 자발없는‘과일도둑 인간들’로부터 과수원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다는 거. 그토록 잔인한(?), CCTV 이전에 그나마 낭만적이었던... . 그 당시 과수원 주인들은 ‘사과 서리’ 정도로 다소‘느슨하게’ 눈감아주었는데... .(하략)>
산울타리의 요체(要諦)는 ‘밀식(密植)’이다. 수목을 아주 배게 심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가 있다. 그렇게 촘촘하게 심게 되면, 다들 이웃하는 수목과 경쟁하여, 광합성에 필요한 태양광선을 더 받고자, ‘부피생장’보다는 ‘높이생장’에 더 애쓰기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높이까지 키를 쉬이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런 다음 일정높이에서 수평으로 가지런히 해마다 잘라주게 되면, 아주 바람직한 ‘친환경담장’이 된다.
이번에는 산울타리와 비슷한 개념의 ‘보안림(保安林)’에 관해서 이야기하겠다.
보안림이란, 재해방지 따위의 특별한 목적으로 나라에서 보호하는 산림이다. 공공의 이익을 보전하는 데 목적을 둔 산림이다. ‘산림법’에 규정되어 있다. 문화유산, 자연공원, 사방사업 관련법 등에 의해서 규정하는 천연보호구역림이라든가 자연공원·사방림 등이 모두 보안림은 아니다. 하더라도,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는 우리네 인간의 쓰임에 따라, 토사유출·붕괴 및 비사(飛沙)의 방비림(防飛林),방풍림(防風林),수원함량림(水源含量林) 등으로 달리 부르고 있다는 정도로만 아셔도 될 듯. 이들 가운데에 대표적인 방풍림으로는 소금기에 비교적 강한 해변의 해송(海松;黑松;곰솔) 숲, 아파트 울타리의 ‘스트로브잣나무’숲. 어쨌거나, 다시 말하거니와, 산울타리든 보안림이든 방풍림이든 ‘촘촘심기’가 핵심이다.
그러나 ‘밀식(密植)’은 목재를 얻는 등 ‘경제림’조성에는 장애가 된다. 경제수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른바 간벌(間伐)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 세상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정부가 들어, 사유(私有) 산림에 ‘산판(山坂)’인부들을 사 붙여, 간벌까지 해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산림당국이 개인 소유의 산에다 임도(林道)까지 개설해주는 추세다. 그 덕분에, 내 농장 ‘만돌이농장’ 이 자리한 숯골[炭谷] 뒷산 경산시 지정 등산로인‘선의산’꼭대기까지 임도가 꼬불꼬불 개설되었다. 덕분에, 노후에 등산로까지 덤으로 얻은 듯. 아내, 차 마이아님과 등산해도 좋을 코스. 수 년 전 둘레의 산에다 간벌도 그렇게 해주었는데, 소나무들이 그 사이 빽빽해져 숫제 밀림이 되었다.
여기서 잠시.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빼어난, 아니 빼어났다고 자부하는 이 윤 근택 수필작가가 위 단락에서 잠시 언급한, ‘산판(山坂)’에서 비롯된 말을 빼놓을 리 만무. 우리네가 습관적으로 쓰는‘떼부자’라는 말에 관한 사항이다. 이참에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 덤으로 알아두시길.‘뗏목으로 (황해바다를 통해) 목재를 실어나르던 이들이 엄청난 부자가 되었던 데’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거. 요즘 식으로 말해, 부가가치가 대단했던 사업이 ‘(원목) 뗏목 사업’.
여기서 또 급브레이크. 내 어릴 적 추억에 아니 잠길 수가 없다. 50~70년대 온 산은 벌거숭이 수준이었다. 집집이 ‘온 산 잡아먹는(?) 아궁이’가 있었고, 내 아버지와 형님들은 겨우내 장작, 물거리 등 땔감을 장만해서 그 먼 산길 지고 내려오는 게 일상이었다. 때로는 남의 산에서 허가 없이 나무를 해오다가 관청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던 ... . 해서, 마을 어른들은 편법 아닌 편법으로 산주(山主)를 설득하여, 관청에 ‘소나무 가지치기’ 허가를 득하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 온 마을 어른들이 몰려가서 그 댁 산에서 소나무 가지치기를 하여, 단을 지어 지게로지고 오곤 하였다. 그렇게 가지치기를 하는 것을, ‘갓소깝 한다’라고 불렀다. 뒤늦게 전공필수과목으로 <수목학>을 익힌 나. 나는 당신들이 그때 ‘갓-’이라고 불렀던 것은 바로‘수관[樹冠]’을 일컫는 말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冠’은 ‘갓’을 이르는 한자어이니까. 또,‘가[가장자리;邊]’를 이르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물론, ‘-소깝’은 기름기 많은 ‘리그닌 성분’이 든 ‘잎과 가지가 달린 솔[率; 소나무]’을 말한 것이겠고. 지금은 저승에 가 계신 내 아버지, 당신께서는 ‘갈비터 (내 친구)명희 아버지’‘좜(주워옴) 어른’과 ‘생소깝(생잎 달린 소나무가지로 땔감나무를 만들었던) 박사’였다.
이제 나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밀식과 관련해서 춘추전국시대 유학자, 순자(荀子)의 가르침에까지 조심스레 닿는다. 그분 <勸學>에 나오는‘마중지봉(麻中之蓬)’.
< (상략)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고, 흰 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함께 검어진다.(하략)>
사실 나는 그 점을 너무도 잘 안다. 내 어릴 적 집집이 삼농사를 하였다. 내 양친을 포함해서 마을 어른들은 봄에 이녁(당신) 삼밭에 삼씨를 뿌리되, 온 밭 가득 빽빽하게 부었다. 그러면 그 삼대궁들은 매초롬 매초롬 자라났다. 사실 그 당시에는 등하굣길에서 길섶에 저절로 자란 삼도 자주 마주치곤 했다. 이 즈음 생각해보니, 그것이 마약(痲藥)의 주원료였던 건데... .그 삼대궁을 쪄서, 다발로 묶은 다음... 그 껍질을 온 마을이 공동작업하여 ‘쌈꿋’으로 쪄서... 그 껍질을 벗겨 삼을 삼고... 길쌈하여 삼베를 짰던... . 그 삼대는 오로지 밀식으로만 얻어지는 수확물이었다. 그 삼대 사이에 본디 펑퍼짐하게 자라는 쑥이 섞여 있으면, 그 쑥은 생존본능에 의해, 삼처럼 곧게 자랄밖에. 사실 그러한 경우를, 70여 년 살아오는 동안 쑥 외에도 여러 작물의 자람에서 똑똑히 보아왔다. 환경에 길들여지려고 하는 동·식물의 적응능력이여!
내 이야기는 한, 두 걸음 더 성큼 앞으로. 대나무의 생장습성도 밀식에서 비롯된다. 저 창망(滄茫)한 하늘 꼭대기까지 자라고자 애쓰는 대마무들. 대나무들은 이웃하는 대나무가 없으면, 외려 그처럼 잘 자라나지 못한다는 것을. 이러한 걸 두고서, 내가 지난 날 익힌 <造林學> 등의 학문에서는 ‘근계경합(根系競合)’이라고 하였다. 이는 ‘뿌리 사이의 경합’을 일컫는 말이다. 자연상태에서는 그 근계경합이 장구한 세월 동안 서서히 이뤄진다. 이는 ‘식생전이(植生轉移)’와도 맞물린 사항인데, 벌거숭이 산에는 최초로 극양식물(極陽植物)부터 들어서고... 최종적으로는 ‘극음식물(極陰植物)’로 순차적으로 우점종(優占種)이 되는 걸 두고 ‘식생전이’라고 한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지난 해 내 고향 경북 청송을 포함해서, 경북 북부 일대가 큰 산불로 홀라당 불타버린 산에는 내년 봄 극양식물인 고사리부터 들어설 것이다. 너무도 가슴 아프지만, 고사리를 많이 얻으려면, 산에다 불을 질러야 한다는... . 앞으로 몇 해 동안,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 고사리를 꺾으시려면, 내 고향 경북 청송 쪽으로 가보시길. 나는 지금 식생전이에 관해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식생전이는 장구한 세월을 거쳐 이뤄지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그 사이클을 앞당기는 게 바로‘간벌작업’즉, ‘솎아베기’ 등이라는 거.
내 이야기를 정리할 단계. ‘산울타리’는 식물의 생장습성을, 우리네 인간한테 유용한 형태로,‘식생전이’의 그 사이클을 조절하는 테크닉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하면서... . 사족. 바짝 긴장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네‘산림’이든
‘살림’이든 ‘살이’든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걸 전하면서... .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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