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97)수필/신작 2026. 2. 8. 17:15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97)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나는 여러 장르의 수필작품들을, 그것도 연재물로 적어온다. 그 가운데에 <농학개론(農學槪論)> 시리즈물도 하나 있다. 지난 2025년 8월 31일에 시작한 이 시리즈물은 어느새 제 97화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일단의 목표점으로 정한 제 100화는 이미 적어 ‘티스토리’에 올려두었다. 나름대로 매직넘버 3으로 정해두었고, 제 97화, 제 98화, 제 99화만 이빨 빠지듯 남겨두었다. 1차 목표를 마저 채우고자 한다.
나는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도 글짓기를 이어갈 것이다. 어디에서 모르겠으나, ‘AI’가 종종 댓글을 적되, 나의 글들에 관해 ‘익명댓글’로 깔끔하게 평론을 꾸준하게 적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AI,그녀는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 기호에 맞춰,‘짤(Shorts)’로 적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해서, 그녀,‘AI’평론가의 격려에 힘입어서라도, 글을 계속 쓸밖에.
98. 인공수분(人工受粉)
受粉(수분)이란, ‘꽃가루받이’를 일컫는다. 이 수분은 암꽃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니, ‘씨받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수꽃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授粉(수분)’이 되며, ‘씨내리’가 되겠지만, 남정네인 내가 아쉽더라도, 아직도 사생아를 몇 죽이라도 만들고 싶지만, 작물 재배에는 열매가 중하니, ‘受粉’이라고 쓰는 데에 더 이상 태클을 걸 생각은 없다. 동물 수컷의 정액에 해당하는 수술머리의 물질을 ‘꽃밥’이라고 부르는 것도 흥미롭기는 하다.
꽃가루받이 곧, 수분은 벌이나 나비한테 그 달콤한 꿀을 내어줌으로써 이뤄지기도 한다. 그 ‘꿀단지’인 꽃봉오리가 부리는 요술이다. 꿀이 없는 꽃들은, 바람을 이용하는 예도 있다.
이 정도로 해두고. 인간인 우리네가 욕심부려, 소망하는 열매를 얻고자 행하는 걸 ‘인공수분’이라고 한다. 불임부부한테 행하는 ‘시험관 아이 시술’도 광의(廣義)의 인공수분에 해당할 것이고.
지금부터는 아주 특별했던 ‘인공수분’을 소개코자 한다. 내가 개인 ‘블로그(현 디스토리)’에 2019. 1.30.에 올린 글, ‘에드몬드 알비우스(Edmond Albius)의 손짓’로 갈음코자 한다.
<(상략)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19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부르봉 지방, 레유니온(Réunion) 섬 어느 백인 댁에 ‘에드몬드 알비우스’란 12살짜리 흑인노예가 살았다. 그는 또래인 주인댁 아이에게 손짓하며 가까이 와 보라고 하였다.
“주인님, 내가 손으로 수분(受粉)하였던 이 바닐라에서 꽃이 폈어요.”
과연 그러했다.
그때까지‘바닐라’한테는 이러한 일이 있었다. 바닐라는, 난초의 일종인 바닐라속(-屬)에 속해 있으며, 원산지는 멕시코이다. ‘바닐라’라는 이름은 에스파냐어 ‘vainilla’에서 나왔으며, ‘작은 꼬투리’를 뜻한다. 멕시코의 전신(前身)이었던 아즈텍 제국을 정복했던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가 1520년대에 유럽으로 가져갔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멕시코 밖에서 바닐라를 키우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러기를 340여 년. 이유인즉, 바닐라 난초를 낳는 ‘tlilxochitl vine’이 ‘멜포나(Melipona)’라는 벌과 공생관계였고, 그 멜포나는 다른 나라에는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충매화(蟲媒花)인 바나나한테 ‘중매쟁이 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때까지는 자연상태에서만 수분(pollination)이 되는 줄 알았던 셈이다.
1837년에 이르러서야 벨기에의 식물학자 ‘샤를 랑수아 앙뜨완 모렌 (Charles François Antoine Morren)’이, 이를 발견하여, 인공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재배 방법은 수익이 별로 나지 않았기에, 실제로 멕시코 밖에서는 바닐라를 재배하지도 않았다.
그랬던 것이, 정확히 1841년, 그 ‘에드몬드 알비우스’의 손에 의해 인공수분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그는 바닐라꽃이 작은 잎사귀 속에 숨어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잎사귀를 젖혀 꽃을 찾고, 그 꽃의 수술대에서 꽃밥을 손으로 묻혀 암술머리에다 옮겨 묻힌 것이다. 손 대신, 대나무꼬챙이를 썼다는 설도 있다. 하여간, 그 꼬맹이 흑인노예의 인공수정 덕분에 바닐라 재배는 곧바로 전 세계에 퍼지게 되었다는 거 아닌가. 당시 욕심에 가득 찬 백인들은 그 소년의 기술을 강탈하고자 애썼으나, ‘에드몬드 알비우스’의 백인 주인은 끝까지 그의 기술을 지켜주었다는 점도 감동적이다. 뿐더러, 그 백인 주인은, 몇 해 아니 가서, 그 갸륵한 ‘에드몬드’한테 노예 신분의 사슬을 풀어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 프랑스인들은, 그 노예 소년의 업적을 기려, 그 바닐라 인공수정 기술을 ‘에드몬드의 손짓’이라고 한단다. 정말 감동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거의 매일 맡다시피하고 즐기다시피하는 그 바닐라향은 꼬맹이 흑인노예의 손기술에서 비롯되었음을. 그 꼬맹이 흑인노예한테 경의를 표한다.
내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자니, 꽤나 아쉽다. 더더군다나, 내가 지난 날 ‘농학도(農學徒)’ 아니, 더 구체적으로는 ‘임학도(林學徒)’였으니. 우리의 주식인 쌀, 그걸 만들어내는 새로운 품종의 벼는 그 어느 곳도 아닌 필리핀의 ‘국제도작연구소(I.R.)’에서 최종적으로 태어난다. 학자들은 일일이 인공수분해서, 비닐봉지로, 잡다한 꽃밥이 암술머리에 묻지 않도록 특수포장을 한다고 했다. 그런 다음 특별항공기에 태워 그 벼의 모를 I.R.로 보내게 되고, 거기서 일 년에 다모작(多毛作)으로 키워 ‘후대검증(後代檢證)’을 통해 우수개체를 선발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국제적인 육종학자이며 대선배 임학도였던 현신규(玄信圭,1911∼1986) 박사. 그분은 일본산 ‘리기다 소나무’와 유럽산 ‘테에다 소나무’를 교잡하여 ‘리기테에다’를 탄생시켰는데, 자랑스럽게도 그 ‘리기테에다’는 현재 유럽의 주요 경제수종이라는 사실. 당시 우리는 영어로 적힌 외국책을 들여와서, 그분의 공적과 성공사례를 읽지 않았던가. 그 글에는 ‘한국의 값싼 여성 노동력과 그분들의 정교한 손놀림이 리기테에다 탄생에 일조를 한 것 같다.’는 문장도 들어 있었다. 여성들이 사다리에 올라서서, 그 높은 가지의 꽃들에 일일이 인공수정을 했다는 뜻이다. 또 한 분의 육종학자를 난 잊을 길 없다. 저 전남대 여수 캠퍼스에 재직중인 ‘정규화’박사가 그다. 그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메주콩[大豆] 연구에 미쳐, 혼기마저 놓치고 나이 서른여섯에 결혼한 분이다. 그리고 미국 ‘일리노이 국제 대두연구소‘에서도 근무했다. 그 메주콩이 인연이 되어, 나는 그분을 기리는 수필도 적은 바 있다.바로 ‘돌콩박사’가 그 작품이다. 그리고 얼굴도 한번 뵈온 적 없으나, 10여 년 동안 e메일 등으로 교신(交信)하고 있다.
이제 내 이야기를 총정리해야겠다. 우리가 맡는 바닐라향, 우리가 주식으로 여기는 쌀, 우리가 키우는 산야의 ‘현사시나무’와 ‘리기테에다’, 우리가 담그는 메주의 메주콩 등이 저절로 생긴 게 하나도 없다. 에드몬드, I.R. 연구원들, 현신규, 정규화 등 숱한 육종학자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얻어진 것들이라는 거. 그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글을 맺는다. 끝.>
작가의 말)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97)’으로 갈음코자 한다.
일단 이 시리즈물을 제 100화까지 목표로 삼았으니, ‘매직넘버 2’인 셈.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여생, 절반은 눈물이다(2)- 소를 타고 가던 노인- (0) 2026.02.09 주어보들 않고서(1) (0) 2026.02.08 yeiseul7 (2) (2) 2026.02.04 내 여생,절반은 눈물이다(1) - 앨 페페 - (0) 2026.02.03 ‘Simple하게(2)’ (0)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