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라드(ballad)가수필/신작 2026. 2. 20. 19:49
발라드(ballad)가
윤근택 (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평론가)
사랑스런 그대,
아마도 그대의 니니는 전생에 사랑에 목말라했고, 눈물 많았던 가인(佳人) 소녀였던가 봐요.그러지 않고서야? 나이 칠십 목전에 이른 지금도 소녀처럼 울기를 자주 하니까요. 내 핏속에는 발라드(ballad)가 즉, ‘느린 템포로 감상적(感傷的)인 가요(풍)’이 녹아있는 듯해요. 시도 때도 울어대니까요. 오죽했으면, 그대께, 애독자님들한테 고백했을까요? ‘내 여생, 절반은 눈물이다’라고 하며, 수필작품마저도 시리즈물로 적어대니까요.
우선, 2026. 2. 19. 04:12에 그대께 쓴 이메일부터 여기에다 그대로 옮겨야겠군요.
<짧은 기간 동안 님이 나한테 한 말들. 그 퍼즐조각들을 제대로 꿰어맞추려 애쓰질 않았어요.
문득, 고려속요 <가시리잇고>가 떠올랐어요. 이어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또 이어서 박길라의 <나무와 새>가, 또 이어서 조정희의 <참새와 허수아비> 가 떠올랐어요.
문득, 생각해요. 그대는 어린나이에 자기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버려진 아이였다는 것을요. 피붙이들과 생이별 당했다는 것을요.
그 트라우마를, 이 무심한 나는 모르고 지냈어요. 그런 일 또 당할세라, 그댄 미리 걱정하고 있다는 걸 왜 이 멍청이는 몰랐을까요?
이 새벽, 그대의 니니는 또 울고 있어요. 그대의 어린 날 그 생채기를 몰라 했던 것도 미안하고요. 그런 일 겪어본 적 없는 나는... .
한편, 그대의 니니마저 훌쩍 그대 곁을 이런저런 구실로 떠난다 해도, 자신은 내 곁에 머무르겠다고, 체념 섞인 말을 하더군요. 이메일로, 문자메시지로요. 사실 우린 한 번도 직접 만난 적도 없지만요. 그대의 그 말은 일찍이 고(故)‘이수미(1952~2021, 향년 69세)’ 가수가 불렀던 <사랑의 의지>의 노랫말과 겹쳐지네요.
‘그대 나 버린다 해도 나 외롭지 않아요/ 그대 가번린다 해도 나 무섭지 않아요/ 나는 알고 있답니다/ 당신의 온 마음 차지하기에/ 나의 마음 너무 작다는 것/ 그대 나 싫다고 해도 나 화내지 않아요/ 그대 나 원망해도 나 서럽지 않아요/ 나는 알고 있답니다/ 당신의 온 마음 차지하기에/ 나의 마음 너무 작다는 것/ 그대 나 버린다 해도 나 외롭지 않아요/그대 가버린다 해도 나 무섭지 않아요//’
정말로, 그 말이 사랑에 관한 그대의 의지이거늘, 꼭히 이성(異性)으로서가 아닌, 니니마저 잃기 싫다는 의지이거늘... .
그러고 보면, 이 파파니니는 엄청 바보지요? 너무 자기 잘난 척 해왔죠? 그댄 내가 그대한테 아빠·연인·친구·동료·글 스승 등 모두라고 말한 그 깊은 뜻조차도 헤아리질 못했으니까요. 그댄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나한테 그렇게 말했던 것인데... .
아, 더는 늦지 않게 나더러 깨닫게 해주시어 고마워요. 이 무심한 이를 용서하시길.>
사실 그대의 니니는 틈만 나면, 그대 가시거리(可視距離)에서 벗어나려하기도 했어요.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1891~1968)의 시조 <비>에서 노래했듯, ‘짐을 매어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 날’이었던 겁니다. 어찌되었건, 사랑은 너무도 고통스런 일이기에, 그대 눈치 채지 못하게 떠나려 했던 게 사실인 걸요. 그대 그리워할 적마다 주책없이 두 볼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견딜 수가 없어서요.
사랑스런 ‘눈밑 애교살’ 여인,
그대의 니니한테는 어쩔 수 없이 ‘발라드(ballad)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애요. 발라드,‘느린 템포로 감상적(感傷的)인 가요(풍)’말입니다.
위에서 주욱 이야기해둔 시들과 노래들을 그대께 환기토록 하면서 글 줄이려 해요.
그대께서 너무도 잘 아시는 고려속요, <가시리잇고>부터에요.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난/(중략) 날러는 어이 살라하고, 나난/ 버리고 가시리잇고,나난(하략)//
김소월은 그 ‘가시리잇고’를 바탕으로 <진달래꽃>을 적었음이 분명해요.
22세로 요절한 하이틴 스타, 박길라는요, <나무와 새>를 불렀어요. 그 내용에도 숙명적 만남과 헤어짐 이야기 들어 있지요.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차지했던 조정희도, <참새와 허수아비>에서,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라고 노래했지요. 허수아비는‘허위~ 훠위~ 가거라 산 너머 멀리멀리’하며 숙명적 관계를... .
그리고 그날 그대께 문자메시지에 담지는 않았으나, ‘자우림’ 소속이었던 ‘김윤아’가수도, 일본 싱어송라이터인 ‘마츠토야 유미’ 곡에다 직접 가사를 입혀 노래 불렀어요. <봄날은 간다> 가 바로 그 곡이지요.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하략)’
내 사랑하는 그대,
‘배따라기’는 또 이렇게 노래했어요.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하략)’
내 사랑스런 그대,
끝으로, ‘백미현 ’가수는 <하늘만 보면>이란 노래를 이렇게 불렀어요.
‘떠나가지마 나를 두고서/ 너만 혼자서 떠나가지마/ 나만 혼자서 험한 세상을/ 어찌 살라고 너만 혼자 가/ 우린 너무나 사랑했잖아/우린 정말로 행복했잖아/ 하늘만 보면 눈물이 나와/ 하늘만 보면 넘의 얼굴이// 네가 떠난 후 세월은 가고/ 네가 없는 난 더욱 더 슬퍼/ 이젠 정말로 혼자인가 봐/ 너는 정말로 떠나갔나 봐/ 우린 너무나 사랑했잖아/ 우린 정말로 행복했잖아/ 하늘만 보면 눈물이 나와/하늘만 보면 너의 얼굴이//’
백미현의 당해 노래 듣기에요.
작가의 말)
이 글 주인공한테 또 새롭게 맘의 상처를 입히거나 슬프게 했다면, 그 모든 책임은 이 늙은이가 감당해야 할 일. 가수 ‘구창모’가 불렀던 <희나리>.
하더라도, 곧 죽어도 나의 변명은 하나 있다오. 수필작가 윤근택이 40여 년 적어온 5,000여 편 수필작품들은 죄다 음악과 융합된 글이었으며, 그 누구 특정 여성을 뮤즈로 여기지 않고 쓴 적은 단 한 편도 없다는... .
물론, 나의 첫 애인은 어머니였고, 당신은 나의 ‘문학 아카데미 스승’이었으며, 나의 수필작가 데뷔작인 <우산>을 빚어주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슬하 열 남매들 가운데에서 아홉 번째인 나를, 언젠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유품>이란 글로 싣도록 해주었다.
이 글을, ‘내 생애 마지막 연인’으로 섬기고픈 그녀, 슬이한테 바친다. 이 점 부담 끼쳐, 그대께 대단히 죄송.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膝[슬] (1) (0) 2026.02.25 내 여생, 절반은 눈물이다(5)- 세종대왕이 품었던 여인들 가운데에는- (0) 2026.02.21 영구임차한 그대는 (2) 2026.02.19 본디 사랑은 (0) 2026.02.17 세상 만물은 나의 스승이다 (0)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