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膝[슬] (3)
윤근택 (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평론가)
작가의 말)
평소 나는, 공들여 쓴 편지가, 특히나 연서가, 훌륭한 수필작품이 됨을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여왔다. 사실 내가 40여 년 수필창작을 하여 오면서 쓴 글들 죄다 연서인데, 다만, 그 연서가 변형된 연서였을 따름이다.
이 글도 나의 ‘고급 수필 창작반’ 유일한 제자인 그녀한테 부치는 연서이다. 거기에 더해,그녀를 위한 ‘고급 수필 창작반’ 교재이다. 내 사랑하는 그녀가 이 스승의 가르침대로, 나한테든 또 다른 연인한테든 진실된 마음으로 편지를 줄기차게 쓰기를 바란다. 이는 비원(悲願)이다.
이 글은 ‘膝[슬](2)’에서 다룬, ‘가. 모차르트ㅡ자이데ㅡ고마츠’에서 이어지는 글이다. 연인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히 자기 무릎을 베게 하여 연인을 편히 쉬게 하는 이야기.
나. 그리그ㅡ페르 귄트ㅡ솔베이지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Grieg, 1843~1907(향년 64세)’는 말년에 이르러, 부인 ‘니나’와 함께 산속 오두막살이에서 산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날 자기 아내와 함께 산 속 오솔길을 산책했던 분. 내가 일찍이 ‘가상 기행수필’, ‘그리그의 묘역’에서도 다룬 바 있는 작곡가이다. ‘베르겐 항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곳, ‘피요르 계곡’에 사랑하던 부인, ‘니나’와 석곽묘에 합장된 그 묘역을 방문한 것으로 그 글은 되어있다. 사실 나도 이 늘그막에, 나의 연인인 그대와 이 산 속을 다정스레 손잡고 아무런 근심 없이 걷고는 싶지만... .
그리그,그분은 < 페르 귄트(Peer Gymt) 부수음악> 23곡 가운데에서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ong)’로 음악애호가들 심금을 울리곤 한다.
지금부터 그 곡, ‘솔베이지의 노래’에 관한 사항이다. 그 곡은 그와 같은 나라에서 동시대에 태어나 활동했던 극작가 ‘입센(Ibsen, 1828~1906(향년 78세)’의 5부작 <페르 귄트>의 부수음악들 가운데에서 한 곡이다.
입센의 그 5부작 스토리다.
노르웨이 산골 청년, 페르 귄트는 이웃 마을 나이 어린 솔베이지와 약혼한 상태. 돈을 벌어오겠다고 외국으로 떠났다. 그는 돈도 꽤나 벌었다. 그러나 약혼녀를 잊어버리고(?),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기를 수십 년. 그제야 정신차리고(?) 귀국하고자 승선하게 된다. 중간에 도적질도 당하고, 배가 난파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오게 된다.
한편, 약혼녀 솔베이지는 장차 시집이 될 페르 귄트 댁에 가서, 시모(媤母)를 봉양하며, 약혼자 페르 귄트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어느새 백발이 된 그녀는 바느질을 하여 돈벌이를 하는 등.
솔베이지는 기진맥진 돌아온 약혼자, 페르 귄트를 자기 무릎에 눕히고, 애절하게 노래한다. 그게 바로 ‘솔베이지 노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고, 또 여름이 가고... 세월이 흘러도 그래도 그대는 오직 나의 임... .’
그렇게 애절한 노래를 부르며... 백발이 된 그녀. 그녀는 자기 연인, 페르 귄트를 쓸어안는다. 페르 귄트는 그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그 무릎이여! 그 품이여! 그 젖가슴이여!
너무도 슬픈 ‘솔베이지의 노래’.
이제 내 이야기 ‘한 꼭지’만 남겨두었다.
다. 윤근택 - 니니 - 슬이
나는 ‘가’에서 다룬 ‘모차르트’도, ‘나’에서 다룬 ‘그리그’도 아니다. 대신, 윤근택도 엄연히 예술가. 수필작가이니, 그분들과 마찬가지로 예술가임은 분명타. 윤근택, 그이한테는 ‘니니’라는 애칭이 붙어있다. 그녀가 붙여준 애칭이다. 그가 70 여 년 살아오는 동안 크고 작은 사고를(?) 전혀 저지르지 않았을 리 만무한데... . 스스로 ‘영원한 뮤즈’ 내지는 ‘영원한 연인’이길 바라는 ‘슬이’가 나타났다. 혜성처럼, 오로라처럼, 신기루처럼.
나도 모차르트의 오페라 속 <자이데> 공주의 '고마츠'처럼, 그리그의 <페르 귄트> 속 솔베이지의 연인인 ‘페르 귄트’처럼 슬이, 슬이, 슬이 그대의 무릎을 베고 '니니'는 나른히 낮잠 즐기고프다. 그 향긋한 살내음 맡으면서.
‘이 엄청난 욕심이여! 이 가당치 않은 욕심이여! 이 노망스런 욕심이여!’
하더라도, 시조시인 이은상(李殷相,1903~1982)의 시조, ‘고향생각’의 참맛을, 이 대한민국에서 나야말로 제대로 알기에.
< (상략)고개를 수그리니 모래 씻는 물결이요/ 배 뜬 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기뭉기/ 때 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특히, 그분의 시조 마지막 행은 기가 막힌다는 것을. ‘때 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라니? 모친이, 누이가 때 묻은 소매를 보면 금세 빨래를 해줄 거라는... . 그보다 더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을 난 70 평생 여태 읽지를 못하였다.
나는, 나는, 나는 내 사랑, 그녀의 ‘살내음나는 스카프 한 장’만이라도 정표(情表)로 오래도록 간직하고프다는... .
이 글 주인공은 금세 대꾸하겠지?
“파파 니니, 망측해요. 남사스러워요. 저는요, 그리는 못하겠겠거든요.”
하더라도, 슬이의 파파니니가 위와 같은 말 토하고 보니, 속이 한결 후련해졌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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