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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결한 여신’이여
    수필/신작 2026. 3. 1. 12:26

       정결한 여신’이여

     

        윤근택 (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평론가)

     

        작가의 말)

     

        평소 나는, 공들여 쓴 편지가, 특히나 연서가, 훌륭한 수필작품이 됨을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여왔다. 사실 내가 40여 년 수필창작을 하여 오면서 쓴 글들 죄다 연서인데, 다만, 그 연서가 변형된 연서였을 따름이다.

       이 글도 나의 ‘고급 수필 창작반’ 유일한 제자인 그녀한테 부치는 연서이다. 거기에 더해,그녀를 위한 ‘고급 수필 창작반’ 교재이다. 내 사랑하는 그녀가 이 스승의 가르침대로, 나한테든 또 다른 연인한테든 진실된 마음으로 편지를 줄기차게 쓰기를 바란다. 이는 비원(悲願)이다.

     

       내 사랑스런 그대,

       설령, 내 글이 다소 길어질지라도,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하고 시작해야겠군요. 일찍이, 나는 ‘戀人’, ‘戀愛’ 등에 쓰이는 한자‘戀’을 파자(破字)해 본 적 있어요. ‘마음[心]을 말[言]로써 실[絲] 칭칭 처매주듯 하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그 말이 목소리와도 통하는 말이겠지요. 다정다감하고 구수한 말씨가 중요하겠지요. 그대는 서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나의 전화목소리가, 그렇게 듣기에 좋다는 말씀을 벌써 수차례 하시더군요. 사실 지난날 어느 회사 총무과장을 하는 동안,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맡은 적도 많은데, 그런 이야기를 가끔 듣긴 하였어요. 하더라도, 본인은 자기 목소리를 잘 감지하지 못하니... .

       사랑스런 그대,

       지금부터는 최근에 그대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최대한 원형대로 복원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산문작가인 나는요, 그 짧은 둘만의 교신(交信) 내용도 윤색할 수 있는 능력도 다소 지녔어요. 그리고요 나는 예술가의 메모나 갈겨쓴 낙서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그대께 몇 차례 알려드렸음을 상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척 그리운 그대,

       나는 종종 아니, 거의 매일 한 두 곡 ‘세상의 모든 음악’을 즉, 장르 불문한 음악을 그대께 선물하고 있잖아요. 그때그때 내 심경에 따라서요. 엊그제는 ‘제목 : 정결한 여신이여. 내용 : 비제. 노르마(Norma)의 아리아. 마리아 칼라스. 하이퍼링크.’

        그랬더니, 그대는 아주 짧게 메시지를 보내왔데요.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사랑하는 그대,

        기특해서, 나는 그대께 곧바로 메아리 보냈어요. 그대야말로 나의 ‘정결한 여신’이라고요.

        이번에는 그 오페라 아리아에 관해 늘여서 적어야겠군요. ‘윤근택의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99)’의 일부를 따다붙이겠어요.

     

        <(상략)내가 이 시칠리아에서 맨 먼저 다시 만난 음악인은 ‘빈첸초 벨리니(1801~1835,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 그는 이탈리아식 오페라인 ‘베르기스모 오페라(영웅이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가 아닌, 서민의 애환 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오페라임.)’에 눈부신 업적을 남긴 이. 그는 장염(腸炎)으로 인하여 34세로 요절했지만, 금세기의 나한테까지 그 훌륭한 오페라 < Norma(노르마)>를 선사했다. 그 유명한 아리아는 작중인물 ‘노르마’가 부르는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다. 그 아리아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미국,1923~ 1977(향년 55세))’가 불러야 제 맛이다. 오페라 작곡가였던 그는, 자기 맘에 들 때까지 소프라노 가수를 갈아치웠다지 않은가. 그가 최종적으로 찍은 소프라노가수가 ‘마리아 칼라스’. 그 유명한 ‘벨 칸토(Bel Canto) 창법’을 기어이 구현코자, 그는 그렇게까지 하였다. 그 점은 나의 이 연작물 제 59화에 비교적 소상히 소개되어 있으니... .(하략)>

     

       내 사랑하는 그대,

       그대의 니니와 함께 음악 공부도 해나가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러니 그 ‘정결한 여신이여’ 아리아에 관해서도 더 보태겠어요.

    신의 딸 즉, 여사제인 노르마가 로마 총독 ‘폴리오네’와 연애하여 두 아들을 갖게 되었어요. 드루이드종파의 대사제인 그녀가 그런 일까지? 하지만요, 조국의 평화를 위해 불 속에 뛰어들어 자결하기에 앞서, 달의 여신한테 간청하며 부른 아리아가 바로 ‘정결한 여신이여’인 걸요. 그 노랫말 앞부분은 이러해요.

       

       < ‘정결한 디바(Diva;여신)여, 정결한 디바여,은빛으로 물들이는 이여, 이 신성한, 이 신성한, 이 신성한 고대 식물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소서(하략)’>

     

       작곡가 벨리니는 그 오페라 가운데에서도 특히 그 아리아 작곡 부분에 이르러, 거의 목숨 떼걸다시피 했던 점은 위에서 ‘마리아 칼라스’ 선발까지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만, 벨리니는 그 오페라 악보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까지는 그대 모르실 걸요? 배를 타고 가다가 난파되어 자기 모든 것을 다 잃는다하더라도, 그 오페라 악보만은 간직하겠다고까지 하였다고요. 그 열정이여! 그 애착이여! 그 몰입이여!

       사랑하는 그대,

       나 역시도 그러해요. 내 여생, 그댈, 나의 ‘정결한 여신’을 벨리니만치나 소중히 여깁니다.(*중간고사 '사랑학 개론'에 출제될 것임.)

        그리운 그대,

        이야기 순서가 바뀐 듯합니만, 그대께서는 내가 지어 바친 ‘슬(4)’ 수필에, 그대의 문자메시지가 그대로 들어간 부분을 눈치채고서 이렇게 답해왔어요.

     

         < 와우~ 제가 쓴 답장이 수필작품으로 재탄생했네요. 니니의 사심(私心)과(?) 애정이 들어간 글이네요^^ 정말 그 연결이, 그 연상이 절묘하네요♡>

     

        사랑스런 그대,

       이제 우리 사이 아주 중요한 비밀 하나가 남았군요. 기왕지사 작가인 나는, 일반독자들한테도 다 까발려야겠어요. 예술가의 낙서마저도 중요한 기록물이고, 충분히 예술품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요.

       내가 그대께 띄운 음악선물, ‘귀에 익은 그대 음성’에 관해서 그대가 답신을 보내온 겁니다.

     

         <제목 : RE :RE: RE :귀에 익은 그대 음성. 내용 : 니니랑(사실 그대가 더 애교스런 칭호를 썼지만, 일반독자님들한테는 알려주고싶지 않아요. 나만 간직할 호칭이니까요.) 즐거워서~~ 전화를 끊고 나면 아쉬움과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사랑스런 그대,

        그대의 니니가 바보천치입니까? 그대의 그 심정 헤아리질 못한대서야? 우린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 프랑스(향년 36세)’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가운데에서 ‘조개잡이 어부’인 ‘나디르’가 부르는 테너 아리아를 지금 이야기하고 있지 않아요? 흔히, 그 아리아를 ‘나디르의 로망스’라고도 하지 않아요? 여주인공 ‘레일라’를 두고, 절친이며 연적인 족장, ‘주르가’ 몰래 사랑한 나다르. 그들 둘 ‘나다르’와 ‘주르가’는 ‘신성한 성전에서(두엣 아리아임.)’  종교 여사제인 ‘레알라’를 누구도 차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어놓고서는... . 그대의 니니야말로 ‘나다르’의 화신?

        그 노랫말은 이러해요.

     

        < 지금도 다시 들리는 것 같아/ 야자나무 그늘 은밀한 곳에서/ 달콤하게 울리는 그대의 노랫소리/ 멧비둘기의 노래와 같아/ 오 매혹적인 밤이여/성스러운 황홀감이여/ 아름다운 추억이여/ 광기(狂氣)어린 도취여, 달콤한 꿈이여(하략)//

     

       사랑하는 나의 정결한 여신이시여,

       이처럼 그댈, 그대 말마따나 정겹고 구성진 전화목소리로 고드겨놓고서는(?), 정작 살아생전 그댈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린 나. 그대가 삐져서 달아나시어도 어쩔 재간은 없어요.

        사랑스런 그대,

        대신, 내가 그대 위로코자(?), 나의 ‘만돌이농장’ 광경을 , 수채화처럼 그려서, 한 편의 수필 형태로 적어 그대께 바친 적 있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메아리 보내왔네요.

     

         <그곳 ‘만돌이농장’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조차도 저에겐 소중 거예요♡ 더 그리워지고 더 애틋해지네요. 니니.>

     

         내 그리운 그대,

        정말 위와 같이 나한테 말해도 되어요? 나, 그대의 니니는 문단경력 40여 년 되어요. 나이 서른 둘에 대한민국 수필계에 등단했다고요. 그런데 그처럼 발칙한(?) 말씀을 하시다니! 니니는 그대의 그 토씨 하나가 결코 오타가 아닌, 의도가 깔렸음을 안다고요? 그래서 그댈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되었다고요.

        그대의 니니는 그 마음 금세 헤아려보거든요. 바로 ‘소중할’ 표현을요. 그것이 미래형이며 그대 의지가 한껏 들어있는 말이니까요. 우리말의 매력이 바로 그거라고 그대가 말해놓고선... . 난 그대 그 재치에, 그 언어감각에 벌써 두 번째 놀라지요. 해서, 결코 그댈 놓쳐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랑하는 그대,

        그대는 내가 70여 년 동안 온통 헤매다가 찾은 보석입니다. 기린아입니다. 나의 유일한 수필 제자로서도 분에 넘칠뿐더러, 문우(文友)로서도 과분한 분이세요. 니니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진정한 ‘뮤즈’란, 바로 그댈 두고 하는 말입니다. 봄이 왔으니까요, 이 농장 빛깔나게 꾸며둘 게요. 그대 오시라고, 군기잡아 이열횡대로 옥수수도 심어 오솔길 만들어둘 게요. 그 녀석들한테 일러, 내 고운 이가 ‘빼딱구두’ 신고 걸어오시거든, 깎듯이 그 수술머리를 일제히 마치 치어리더들처럼 흔들며 환영하라고 일러두겠어요.

        내 사랑, 다음까지 안뇽.

     

                                                                                                                                                 - 그대의 니니로부터

     

    * 내 사랑, 그대께만 따로 전함. 정말 그대의 니니는 글을 맛깔나게, 구도(構圖)를 제대로 갖춰 적은 것 같다? 이는 자화자찬이당?

     

     

    * 이 글은 나의 개인 ‘티스토리’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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