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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생, 절반은 눈물이다(8)- 몸 검사하지 말고 입은 채로 묻어 주오-수필/신작 2026. 3. 13. 14:41
내 여생, 절반은 눈물이다(8)
- 몸 검사하지 말고 입은 채로 묻어 주오-
윤근택(수필가/ 수필평론가/ 문장치료사/ 음악 칼럼니스트)
내 사랑하는 그대,
때는 1865년 7월 25일이었어요. 영국 런던에서 어느육군 중장 출신 장교가 유언을 남기고 숨졌어요. 그의 유언은요, “몸 검사하지 말고 옷 입은 채로 묻어주시오.”였어요.
그러했음에도, 어느 간호사가 그의 유언 아랑곳 않고, 평상복을 수의(壽衣)로 갈아입히다가 고함을 마구 내질렀어요.
“이분 남자분이 아니세요. 여자분이세요. 달린 게 없어요.”
도대체 세상에 그런 일이?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혀졌대요.
얼른 시계바늘을 그분이 태어났던 날로 되돌려요. 그분은 가세(家勢)가 기울자, 제대로 살아보고자 의과대학에 들어가 의사가 되고 싶어했대요. 그러나 당시 영국 사회에서도 의사라는 직업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대요. 머리가 총명한 그분은요, 삼촌과 삼촌 친구분들 키다리 아저씨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게 되었대요. 삼촌과 그 키다리 아저씨들은 당시 짱짱한 분들이셨대요. 변호사, 혁명가, 지역 유지 등으로 영향력이 대단한 분들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 성(性)세탁 및 신분세탁을 하자꾸나.”
해서, 그분은 본디 이름 ‘마가릿 앤 벌클리(Magaret Ann Bulkley)’를 버리고, 삼촌 이름 제임스에다 키다리 아저씨들 이름 미란다· 스튜어트·배리를 조합하여 ‘제임스 배리(James Barry)’가 되어요. 1809년 그 이름으로 ‘에든버러’ 의과대학 입학시험에 합격을 해요. 물론 남장(男裝)을 했죠.
내 그리운 그대,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키도 작은 터에 피부가 매끄럽고 목소리도 가냘픈 점 등을 들어, 중간고사 때 학교 측으로부터 고개 절래절래 흔들면서 시험치기를 거부당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삼촌과 키다리 아저씨들이 나서서 총장을 협박하게 되어요.
“무슨 소리요? ‘어린 소년’ 같다고요? 얘는 ‘young boy(어린 소년)’이 아니라 ‘genius boy(천재 소년)’이오.”
내 그리운 그대,
그분은 1812년 학위를 일등 졸업으로 수여받았대요. 그리고 1813년에는 의사시험에 합격했대요.
너무도 그리운 그대,
1816년 그분은 곧바로 군의관에 응모했고, 합격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파견되었대요. 남자군의관들 서리에서 신분을 감추고 지내자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다들 수군대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 때 귀인(貴人)을 만났대요. 당시 주지사였던 ‘ 서머셋’의 딸이 병석에 눕자, 그분은 그길로 그댁 주치의가 되어 그분 따님을 완쾌시켰대요. 그길로 실력을 인정받아 병원감사관 지위에까지 올랐대요.
사랑하는 그대,
그분은 그곳 남아프리카 의료계에 근무하는 동안, 수도시설 개량, 노예들과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보호시설 확충 등에도 공을 크게 세웠던 모양입니다. 특히, 산모와 신생아 둘 다 살리는 ‘제왕절개수술’을 최초로 성공시켰다는군요.
너무도 그리운 그대,
그러했음에도 남들로부터 그분은 자기 신분을 감추고자, 갖은 고생을 다 했던가 보아요. ‘할리우드 액션’으로 ‘쌈닭과 권총 경쟁’하거나 부러 톤 높은 목소리를 내어 남자인 척 하거나 굽을 7cm 높여 구두를 신거나 하면서요.
당시 그분 휘하에 있었던 간호사의 말은 그분의 ‘할리우드 액션’을 여실히 보여주는군요.
“환자한테는 한없이 천사였으나, 우리들 간호사들한테는 냉혈동물이었고 짐승 같은 분이었어요.”
내 사랑하는 그대,
사실 그분에 관해서 인터넷에는 별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요. 해서, 부득이 그분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야겠어요. 하더라도, 그대의 니니가 그대께 고백할 말은 남았지요.
그댄 슬기롭고 예쁘고(보내온 사진으로 미루어 보아서) 재치로운 여인이더라는 거. 마치, 이 글 주인공처럼요.
그리운 그대,
나 여생, 그대한테 거듭거듭 숙제만 남기고 있군요.
“파파 니니, 이번 글은 뭔가 부족한 듯해요. 허전해요. 파파 니니의 제자 ‘슬이’는 이렇게 저렇게 더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진실로, 나는 그대로부터 그러한 말을 듣고 싶어요. 그댄 나의 유일한 ‘수필창작 고급반’ 제자이니까요.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자기암시’도 중하지만, ‘타인암시’와 ‘동일시(identify with)’도 엄청 소중하잖아요. 결국 그댄 해내실 겁니다. 물리적 나이 차이도 있고 해서요, 나 죽은 다음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는 파파 니니의 마지막 희망이지요. 비원(悲願)이지요. 그때 이 파파 니니를 추억하시겠지만요.
사랑스런 그대,
나의 마지막 연인이시며 뮤즈이신 그댈 오래오래 섬길 겁니다. 나 죽는 그날까지요.
이는 우리끼리만 비밀인 걸요.
“멀쉬 세리!”
작가의 말)
수필작가로 데뷔한 지 40여 년째. 돌고돌아, 연서 형태의 글짓기로 돌아왔다. 본디도 그러했지만... .온 정성 다해 적는 편지로말로 수필작품이다. 나머지는 아니다.
이 글은 나의 발칙한(?) 그녀, 뮤즈한테 바친다. 달리 방도가 없다. 나의 열정을 이렇게라도 방전시키지 않으면 뒈질 것 같아서.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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