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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3. (1)수필/신작 2026. 5. 28. 12:50
C.3.3. (1)
윤근택(수필가/ 수필평론가/ 문장치료사/ 음악 칼럼니스트)
이 이야기부터다. 이미 여러 애독자님들께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작가이기도 한 나는, 10여 년째 최적의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온다. 그야말로 인생 이모작. 직업 관계상 야간에 내리 다섯 시간 꼿꼿하게 홀로 앉아 있어야 하는 등 때로는 무료할 적도 있다. 하더라도, 결코, 나는 그 시간들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휴대전화기를 켜서 귀로 읽는 ‘오디오 북’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무작위로(?) 역사적 인물의 삶을 집중탐구하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몇 날 어느 작가를 집중탐구하게 되었다. A4용지에 수십 장 노트를 해가면서까지. 제목으로 삼은 ‘C.3.3.’은 이 글 주인공의 수인번호(囚人番號)다. 굳이 풀이하자면, ‘C병동(病棟) 3호실 3번 죄수’가 된다. 대개, 나의 글 구성이 그러해왔지만, 이번에도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 한눈팔지 말고 이 글을 끝까지 따라오시라고. 그의 정체는 이따가 ‘빵!’ 터뜨릴 테고... .
그는 두 차례 이감(移監) 끝에 ‘레딩 교도소’에서 2년형 잔여기간과 강제노역을 마저 하게 된다. 교도소 규정상 ‘침묵주의’가 강요되었으나, 새로 부임한 교도소장 ‘제임스 넬슨’은 규정을 무시하고 융통성을 발휘하여, 간수한테 일러, 독방의 그에게 책을 몰래몰래 넣어주곤 하였다. 당대 빼어난 극작가였던 그이한테 ‘제임스 넬슨’ 교도소장이야말로 은인이었던 셈.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한 장의 푸른색 종이와 펜이 그에게 전달된다. 잘은 모르겠으나,내가 요즘 즐겨쓰는 A4용지 크기였겠지!
간수가 그에게 일렀다.
“소장님의 특별배려이니, 이 종이에 빼곡 다 채운 다음에야 또 새로운 종이를 주겠소. 그리 아시오.”
오버랩 되는 어느 작곡가가 있다. 바로 ‘로시니(1792~1868,프랑스)’. 나의 글,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31) - 까치가 일을 내었어-’에 소개되어 있다. 천재 작곡가 로시니, 그는 건장한 사내들 넷으로부터 그 극장 2층에 감금되었다.
“ 당신은 스칼라극장에서 오늘 저녁 올릴 그 작품 악보 완성할 때까지 절대 못 나와요. 악보는 적는 대로 창밖으로 한 장씩 던지시오.”
이 글 주인공이 바로 그 신세가 되었다. 사실 이 글 주인공은 로시니보다 100여 년 늦게 태어났는데, 교도소장 ‘제임스 넬슨’의 그때 그 안목을, 이 대한민국 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칭송 아니 할 수가 없다. 여담. 이 글 적기 위해 여러 경로로 취재했건만, 제임스 넬슨의 그 애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는 없었다. 그때 ‘제임스 넬슨’ 소장은 수인번호 ‘C.3. 3.’가 그 동안 대영제국을 마구 흔들어댔던 빼어난 극작가였던 것을 알았던 듯. 그 파란 종이.‘C.3. 3.’는 한 장 가득 글로 채우면, 다시 한 장의 파란 종이가 그에게 건네졌다. 그렇게 석 달 만에 적은 글들은 5만 단어였고, 교도소장의 금고에 차곡차곡 간직되었는데... . 그리스 신화 가운데 미소년 이미지인 ‘남성연인’ 그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참회가 적힌 그 편지글 형태의 글이 바로 <심연(深淵)으로부터>인데, 이 글 주인공 사후에 저작권 송사에서, 끝까지 그의 곁을 지켰던 절친 ‘로버트 로스’가 팔을 걷어붙이고, 그 책을, 삭제 없이 발행한 점도 존경스럽기만 하다.
후일, 수인번호 ‘C.3. 3.’는 만기 출소하였고, 감옥에서 강제 예배를(?) 나섰다가 쓰러져, 나무의자 의자 모서리에 오른 귀를 크게 다쳐 피를 철철 흘리고...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았고... 그 일로 뇌막염으로 발전하여 46세 나이로 요절하게 된다.
이 글 주인공은 죄수 사이에 침묵만 강요받는 수감 중에, 그것도 복면을 쓰고 지내야 했음에도, 어쩌다가 집합교육 내지 집합 운동시간에 상호간 은밀히 교신을 나누게 되었다,
그는 어느 날 충격적인 이야기를 이웃 죄수로부터 듣게 된다.
“있지, ‘찰스 토마스 울드리지’는 근위대 장교였대. 그는 무슨 이유였던지, 자기 아내를 살해했대. 며칠 아니 있어, 교수형에 처해진대. 그는 삶을 다 포기했나 봐. 저 창백한... .”
수인번호 ‘ C.3.3.’는 시를 적게 된다. 한 권의 시집이 되었고, 그 시집 제목은 < 레딩 감옥의 노래> 혹은 <레딩 감옥의 발라드>다. 그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자신을 위한 진혼곡(鎭魂曲)이었다는 것을.
이제 나는 그 시집에 수록된 시들 가운데에서 한두 구절만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소개하기로 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네/ 겁쟁이는 키스로 그 일을 하고/ 용감한 자는 칼로 한다네/’
그의 사후 문학평론가들 가운데에서 어떤 이는, 이 부분을 두고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인 모든 인간의 원형적인 상징이라고 말한다. 단지, 아내가 아니라 그는 자신의 삶, 자신의 미래, 자신의 영혼을 죽인 거라고.
‘ C.3.3.’, 그는 그 시집에서 최초로 자신을 위한 진혼곡을 적은 것이다.
그 책 가운데 어느 시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절규였다.
‘ 나는 알아야만 하네/ 신이 만든 이 세상에서/ 어째서 인간의 법이 한 인간의 삶을, 그의 형제보다 더 비참하게 만드는지를.’
말년 그의 그 시집에는 ‘H'elas!(슬퍼라!)’도 있다.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 정열의 물결따라 표류하던 내 영혼도 아무 바람이나 연주할 수 있는 풍명금되었네/ 아아!나는 작은 막대기로 로맨스의 꿀을 살짝 건드려보았을 뿐인데/ 그 대가로 영혼의 유산을 잃어야 하나/ H'elas!’
대체, 여지껏 적어온 작중인물은 누구? 바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 향년 46세, 작가 겸 시인 겸 극작가, 아일랜드)’다.
다음 호 계속)
작가의 말)
집중탐구하기는 몇몇 날, 쓰기는 잠시. 이러한 과정을 두고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오창익 박사(수필가)’는 ‘체화(体化)’라고 자주 쓰곤 하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공들여 쓴 이 글도 내 귀엽고 사랑스런 그녀, 뮤즈한테 바친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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