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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수필가, 실크로드를 걷다(4)수필/신작 2026. 7. 15. 16:06
윤 수필가, 실크로드를 걷다(4)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4. 사마르칸트
이 시리즈물 제 1화에서 이미 소개하였지만, 기원전 139년에 한나라 무제(武帝)의 특명을 받아, 흉노족 너머 대월지국 사신으로 갔다가 13년 만에 헛걸음으로(?) 귀국한 장건. 그가 사신으로서 임무는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으나, 서역의 각종 정보를 무제 황제한테 보고한 이래 실크로드가 비로소 열렸다. 그때부터 낙타 대상(隊商)은 비단을 싣고 서역으로 가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교역의 심장이었던 사마르칸트를 다루고자한다.
수도인 장안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대상은 사마르칸트까지 크게 두 갈래의 길을 택하게 된다. 제1코스는 텐산 북로. 장안 - 소주(북쪽 고비사막을 피해서)- 토르판 - 카라티르 (흉노를 피해서)- 쿠차(텐산산맥 북쪽 기슭을 타고, 남녘 악명높은 타클라마칸 사막을 우회해서) 사마르칸트. 제2코스는 텐산 남로. 장안 - 소주(남녘에 티벳고원을 두고) -코후탄(히말라야 산맥을 아래에 두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우회해서) -시가로(파미르고원을 남녘에 두고) -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는 중앙아시아의 오래 된 도시들 가운데에서 하나. 현 우즈베키스탄의 중동부에 자리하며 사마르칸트 주에 속하고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이어 제2의 도시다.
약 1600년 이어온 실크로드 대상한테 사마르칸트는 묘한 자리에 있었다. 동쪽에는 중국과 인도가, 서쪽에는 페르시아(현 이란)과 비잔티움이, 남쪽에는 아프가니스탄 산악이, 북쪽에는 초원과 흉노가 각각 있었다. 대상이 수십 일 동안 낙타에 짐을 싣고 걷다가 쉬는 곳이었다. 속 되이 말하면, 세상의 모든 장돌뱅이들이 다 모이는 곳이었다. 온 세상의 언어가 한 데 다 섞이고, 동서의 상품들이 다 모이던 곳. 당시 사마르칸트를 누비던 이들은, 이 시리즈물에 이미 소개한 장사의 천재들 소그드인들. 그들은 한나라에 정주(定住)한 동족(同族) 소그드인들과 물물교환 대신 화폐로 대금결제도 하였다. 환전상도 있었다 하니, 은행의 발원지도 사마르칸트인 셈이고, 인류 최초 신용거래의 출발지도 사마르칸트였던 셈. 진정한 자본주의의 싹은 실크로드에서, 아니 사마르칸트에서 키워진 듯. 소그드족은 나이 5세 때부터 셈을 익히고 5개 국어를 상업어로 익히는 게 필수코스였다고 하니... .
그처럼 나날 번성해나갔던 사마르칸트. 지리적 이유도 있겠으나, 부(富)가 넘쳐나는 곳이었으니, 온갖 잡것들이(?) 이곳을 차지하려고 피를 철철 흘리며 싸워댔을 게 아닌가. 실로, 많은 민족이 이곳 사마르칸트를 교대로 차지하였다. 그 복잡한 통치기록을 다 살피자면, 1 개월 역사 공부하여도 아니 될 듯. 그 세력들 가운데에서 14세기에 이르러, 거의 전 세계를 무력으로 약탈과 학살로 휘젓던 ‘티무르’가, 이곳을 도읍으로 삼으면서 대전환을 맞게 된다. 그 악랄한 티무르는 몽고의 후예라는데... . 거슬러, 최근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징기스 칸의 황금안장 아래에는, 자신이 '단군의 후예'라는 유언이 적혀 있어, 세계 고고학계를 ‘멘붕’에 빠뜨렸단다. 그러니 단군의 후예인 우리는 세계의 중심인 것이고... . 그래서일까,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 부처의 몽골 국빈방문도 우연은 아닌 듯하고... .
어쨌든, ‘단군의 후예’라고 유언까지 기록으로 분명히 남긴 징기스 칸의 아랫대 티무르는, 잔인한 정복자였으나,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위업을 이룩해내었다는 점도 결코 놓칠 수 없다. 그는 정복지에서 수많은 장인(匠人)들을 포로로 잡아가서, 사마르칸트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꾸미게 한다. 하늘색 터키옥, 금, 석회석, 모자이크로 첨탑과 돔을 짓게 하는 등. 그는 전장(戰場)에서 죽은 아들의 무덤을 지었다. 그게 ‘ 구르 에 아미르’인데, 그것은 이슬람 예술의 정수라고 한다. ‘구르 에 아미르’는 ‘왕의 무덤’이란 뜻이고, 그는 68세로 생을 마감하고, 자기 아들의 묘역에 나란히 묻혔단다. 요즘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 화려한 묘역을 관광지 삼아, 이곳 사마르칸트를 온다는데... . ‘절름발이 티무르’란 별명을 지닌 그. 그는 적으로 삼아 정벌했던 나라들의 무고한 인간들 목을 베어 반인류적으로 해골탑도 지었다고 하는데... .
이 모두 한 무제 당시 장건이 개척한 실크로드 탓이기도 하고 덕분이기도 하니!
이 시리즈물 제 4화를 마감하기에 앞서, 아주 귀중한 정보를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과 공유하고픈 게 있으니... . 사실 이 제 4화는 이게 핵심이다. 티무르가 잡아간 포로 가운데에는 중국 한나라의 ‘제지(製紙) 장인’ 하나가 끼어 있었다는 거 아닌가. 그이로부터 거슬러 600여 년 동안 극비사항으로 여겼던 중국 한나라의 제지기술. 그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면, 즉시 목이 달아나는 형벌에 처해졌다는데... . 이 무슨 아이러니냐? 이름모를 그가 그 제지기술을, 선뜻 내키지는 않았겠지만, 마지못해 재현함으로써 이집트의 파피루스나 서역의 양피지를 훨씬 뛰어넘는 제지를, 저렴한 가격대로, 요즘 식으로 말해, ‘로얄티도 없이’ 온 인류한테 퍼뜨리고 만다. 이는 혁명이었다. 이로써 문서로 만들어지는 서책으로 말미암아,동서간 ‘지식의 평준화’를 이루게 되었고, 독일 인쇄업자 쿠텐베르그로 하여금 금속활자를 만들게 하였으며, 질 좋은 종이로 마구 찍어내는 번역본 성경책으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이끌게 된다. 다시 더듬는다. 거슬러, 지식의 보편화는 종이에서 비롯되었고, 그 종이는 600여 년 동안 극비리로 숨겨왔던 중국의 ‘노하우’가 졸지에 스파이 아닌 그 스파이 하나가 서역에 전파함으로써... . 이런 거 생각해보자니, 역사는 참으로 흥미롭기만 하다.
요컨대, 실크로드는 길이었으되, 동서간의 물물교환의 길만은 아니었다. 소통이었다. 우리네 인류의 모든 길이었다. 우리 인류 모두 그 실크로드에서 이뤄졌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네 모두는 ‘길동[-童]’과‘길순[-順]’의 후손이다.
차시 예고)
‘탈라스 전투’에 관해 소개할 게요. 탈라스 전투의 결과물은 또 엄청난 인류의 등불이 되었어요.
작가의 말)
이 글 적는 내내 나의 귀엽고 착한 그대만 그리워했어요. 결코, 그대의 '니니'는 천재가 아녜요. 나의 뮤즈이신 그댈 사랑할수록 차츰 천재가 되어갈뿐이에요. 나날 피 철철 흘리며, 그대로부터 사랑 독차지하려고 쉼없이 공부한다는 것을요. 공부하면서 A4용지에 노트해나가는 수량이 얼마인지 모르실 걸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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