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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홧김에 서방질
    수필/신작 2017. 12. 5. 08:09

     

                            홧김에 서방질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하여간 프로이트(Sigmund Freud,오스트리아, 1856~1939)’는 위대하다. 그는 여러 가지 자기방어기제(防禦機制,desfense mechanism)를 제시한 바 있다.

    그것들을 간략간략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 후 다음 이야기로 이어가려한다.

     

    취소 : 회사에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사를 상상 속에서 공격하여 피투성이를 만들어 놓고, 현실에서는 그에게 피로회복제를 사다주는 예.

    합리화 : 이솝 우화 여우와 신 포도의 예.

    반동형성 :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심리상태.

    공격자와 동일화 : ‘며느리 자라 시어미 되니 시어미 티를 더 잘한다.’속담대로.

    투사: 자신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예.

    자기에게로 전향 : 아이가 야단맞은 뒤 벽에다 머리 찧는 경우. 내 탓이요, 내 탓이요.’하는 거.

    전치 또는 치환 : 회사에서 안 좋은 일 겪고 집에 와서 아내한테 화냄.

    대체 형성 : 꿩 대신 닭.

    * 대체 형성은 대상에 중점을 둔 반면, 전치는 감정에 중점을 둠.

    부정 : 암으로 죽어가면서 의사의 오진이라고 주장.

    상징화 : 자식 낳을 수 없는 부인이 아기처럼 예쁜 꽃송이를 안고 행복해하는 꿈을 꿈.

    보상 : 가난 열등감이 심한 사람이 명품만을 찾는 경우.

     

    사실 이상의 방어기제들은 프로이트가 이름짓기 이전에 우리네 인간들한테 있어 왔던 거 같다.

    나는 최근 무슨 일을 돋 저지를 것만 같다. 이를테면, ‘홧김에 서방질’. 1년 고용계약으로 어느 아파트 전기주임으로 지내왔는데, 어느 악질적인 입주자의 횡포와 모함으로 인해, 은근히 기대했던 계약 연장내지 재계약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사실 신년도에는 최저임금기준이 대폭 올라가서, 전기주임의 급여가 만만찮거늘... . 본디 인간은 변덕스러워 하루에도 오만가지(五萬-)’ 생각을 한다는데, 1년여 근무하는 동안 내 마음 ‘5분 간격으로 왔다갔다 했던 게 사실이다.

    일만 하다가 죽을 건가? 내년에는 한 해만이라도 안식년(安息年)을 가져야겠다.’, ‘급여도 꽤 좋은데 이대로 버티자.’, ‘1년치 퇴직금과 5개월치 실직급여를 받고 난 뒤 적당한 자리에 재취업하자.’ 등등.

    그러나 막상 사용자측으로부터 해고예고통지를 받고 보니, 또 온갖 생각이 오간다.

    살아생전 내 양친의 말마따나 오기(傲氣)가 돋쳐곧바로 취업을 하되, 급여와 근무조건이 지금에 훨씬 못 미치는 아파트경비원자리로 속히 가야겠다는 마음. 이야말로 프로이트가 제시한 대체형성이며 반동형성이고 전치일 터.

    어쨌든, 나는 오늘부터 이력서를 들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 경비원 면접을 보러 갈 것이다. 대체, 나의 특장점이 뭔가? 60여 년 살아오면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자주자주 맛보지 않았던가. 그 또한 자기합리화이겠지만.

    본디 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한 곳을 불도우저 등이 길을 닦았다. 그것들 바퀴를 일러, ‘무한궤도라고 한다. 이미 만들어진 궤도 위를 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나감으로써 궤도즉 길을 만들기에 무한궤도라고 이름 붙였다는 사실. 어쨌든, 내가 나서서 걷기만 하면, 그것은 곧 길이 되었다는 것을.

     

     

           작가의 말)

           하여간, ‘윤근택 수필가는 못 말리는 사내입니다.

           그는 참말로 잘 저지르거든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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