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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雨備)에 관한 토막추억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지난 밤부터 봄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다. 이른 새벽, 승용차를 몰아 출근을 하다가 보니까, 밭 가운데 세워둔 관리기가 날로 비를 맞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곁으로 가서, 비바람에 벗겨진 가빠(capa)를 도로 씌워주고 싶었..
파밭[葱田]에서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나는 종종 하찮은 사물한테서 삶의 지혜를 배울 때가 많다. 또 그렇게 얻은 지혜를 그때그때마다 곧바로 ‘수필’이란 형식을 빌어 글로 적기를 좋아한다. 사실 이미 몇 차례 느낀 바이지만, 파밭에 나섰다가 또다시 놀라게 되었다. 나도 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이번엔 부끄러운 고백부터 하고 이야기의 매듭을 풀어가도록 하자. 불과 몇 해 전, 나는 현상금 700만원에 눈이 어두워, 급조한 필명(筆名)으로 무려 10편 가량의 미발표작을 투고한 적 있다. 사실 언젠가 사용처 확인절차도 없고 ..
참 좋은 분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어젯밤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수원에 사는 생질(甥姪)한테 안부전화를 참말로 오래간만에 걸었더니, 그 늦은 시간임에도 회의 중이라며 자기가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였다. 한참 후 그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가 늘 대견하다고 여기며 지내왔기..
자작나무 껍질을 태워 봐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낮에 딴에는 온 정열 다해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 연재수필 제6회분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휴대전화 벨이 울었다. 표시창에 뜬 번호로, 건 이가 누군지를 단박에 알았다. 그는 지난 직장에서 내가 아꼈던 입사..
움딸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위 제목으로 설정한 ‘움딸’ 에 관해서는 이 글 맨 마지막에 가서야 적으려 한다. 그렇게 해야만 독자님들께서 호기심 등으로 하여 한눈 팔지 않고 끝까지 읽으실 게 아닌가. 대신, 다른 이야기부터 슬슬 해야겠다. 농부인 나는 ..
‘꺾꽂이’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미리 밝혀두건대, 평소 우리가 먹는 과일 대부분은 실생묘(實生苗)를 키워 거기 달았던 과일이 아니다. 접붙이기[接木]로 얻은 게 대부분이고, 포도의 경우처럼 꺾꽂이[揷木]로 얻은 것도 꽤 많다. 이들 두 방법을 아울러 말할 때 우리네는 ..
‘마디’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이 연수원 사감실의 근무환경은 나무랄 데가 없다. 숙직실도 딸려 있으며,욕실(浴室)을 겸한 화장실도 딸려 있으며, 전기방열판도 곁에 놓여 있다. 그 무엇보다도 이곳에 내가 선뜻 취직한 것은, 컴퓨터와 프린터기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고, ..